한국일보

비타민D와 노인 건강… “비타민D 보충제 한 번에 다량 먹어도 괜찮아”

2025-06-2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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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노인 60% 이상이 비타민D 결핍

▶ 비타민D, 뼈·근육 건강 외에 면역력↑
▶ 암 예방에도 비타민D 효과 연구 결과

‘사계절이 뚜렷하고 아름다운 나라’라는 말이 무색하게 최근 한국의 노인들은 이전보다 햇빛과의 거리를 점점 더 벌리고 있다. 도시화한 생활 방식, 미세먼지로 가득한 대기, 미용을 위한 자외선 차단 습관은 비타민D의 주된 공급원인 자연 햇빛을 노인의 일상에서 멀어지게 한다. 여기에 고령으로 인한 피부 합성 능력 저하, 야외 활동의 급감까지 겹쳐지면 비타민D는 이들에게 쉽게 닿지 못하는 자원이 된다.

실제 최근 조사를 보면, 한국 노인의 60% 이상이 비타민D 결핍 상태로 나타났다. 유럽과 북미 등 온대 지역 국가에서도 고령층의 비타민D 결핍 비율은 높은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독일 노인의 약 75%, 영국 노인의 약 60%, 캐나다 노인의 약 40%에서 혈중 비타민D 수치가 1mL당 20ng(나노그램, 1ng은 10억 분의 1g) 이하로 나타났다. 국제적 기준에 비춰볼 때 ‘결핍’ 수준에 해당하는 수치다.

비타민D는 단지 뼈 건강을 위한 ‘도우미’ 역할뿐 아니라, 우리 몸의 건강을 조율하는 물질이자, 신경계와 면역계, 근골격계의 균형을 잡는 다면적 조절자 역할을 한다. 뼈에서는 칼슘 흡수를 도와 골밀도를 유지하고 골절을 예방한다. 근육 측면에선 단백질 합성을 촉진해 근감소증을 억제하고 근력과 균형을 지켜 낙상 예방에 기여한다. 면역 측면에서도 비타민D는 강력한 역할을 한다. 항바이러스?항균 기능을 강화하고, 염증 반응을 조절해 감염을 예방한다. 이는 면역력이 저하된 고령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비타민D가 부족할 경우 코로나19 감염 시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더 나아가 인지 기능과도 연결돼 있다. 국내 코호트 연구를 보면, 비타민D 결핍은 치매와 우울증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암 예방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매일 800~1,200IU의 비타민D를 보충하면 암 관련 사망률을 약 13% 낮출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혈중 비타민D 농도가 높을 경우 대장암 발병 위험이 20~39%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인의 비타민D 결핍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햇볕을 많이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과도한 자외선 노출은 피부암이나 광노화를 유발할 수 있다. 광노화는 햇빛과 자외선에 노출돼 피부가 손상되는 것이다. 고령자는 피부의 비타민D 합성 능력이 떨어져 있고, 피부의 회복력이 낮기 때문에 무작정 햇볕을 쬐는 방식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보다 안전한 보충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음식을 통한 비타민D 보충은 기본이다. 비타민D가 풍부하게 함유된 고등어와 연어, 참치 같은 등푸른 생선, 비타민D 강화 우유·유제품, 계란 노른자, 버섯 등을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

식욕 저하나 치아 문제 등으로 식이 섭취가 제한될 경우엔 보충제가 필요하다. 비타민D 보충제를 통한 섭취는 매우 효과적이고 안전하다. 비타민D는 대표적인 지용성 비타민으로, 부작용 없이 복용 가능한 용량 범위(안전역)가 매우 넓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필요량을 한꺼번에 복용해도 된다. 아침이나 자외선이 약한 시간대에 실내에서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유리창을 통한 자연광을 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너무도 많은 건강기능식품이 범람하는 현대사회에서 꼭 필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필자는 비타민D를 권하고 싶다. 비타민D 관리는 노인의 개인적 노력이 중요하지만, 가족과 사회도 함께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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