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란, 카타르 美기지에 미사일…핵시설 피격 이튿날 제한된 보복

2025-06-23 (월) 10: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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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벙커버스터 개수와 같은 14발 미사일…”13발 요격, 피해 거의 없어”

▶ 美·카타르에 사전통보 ‘약속대련’…트럼프 “미리 알려줘 감사, 더 증오없길”
▶ 이란 외무 “중동 긴장고조 원치 않아”…인접국 영공 일시 폐쇄

이란, 카타르 美기지에 미사일…핵시설 피격 이튿날 제한된 보복

23일(현지시간) 이란이 보복 공격을 했다고 밝힌 이후 카타르 도하 하늘에 발사체 흔적이 보이고 있다.[로이터]

이란이 자국 핵시설 3곳에 미국의 폭격을 받은 이튿날인 23일(현지시간) 카타르와 이라크의 미군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다만, 이란은 미국과 카타르에 공격 계획을 미리 통지했으며 미국과 이란 지도부 모두 자제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내는 등 제한된 수준의 보복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카타르와 이라크의 미군기지를 겨냥한 이란의 미사일 작전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카타르 수도 도하 상공에서 복수의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카타르 기지에 미사일 6발이 발사됐다고 보도했으며 러시아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은 발사된 미사일 총 10기 중 3기가 카타르 기지를 타격했다고 보도하는 등 초기 관측은 엇갈렸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쏜 미사일이 14기라고 밝혔다.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국방부 당국자는 연합뉴스에 "오늘 (이라크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이란발 단거리 및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공격을 받았다"고 확인하면서 "현재로서는 미국측 사상자 보고가 없다"고 전했다.

이번 이란의 보복 공격은 이라크보다는 카타르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AFP 통신은 이라크 서부 아인알아사드 공군기지나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국제공항, 북부 쿠르드 자치구역 아르빌(에르빌)의 연합군 기지 등도 아직 공격당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타스님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 보복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며 "이곳은 중동에 있는 미국 테러리스트 군대의 가장 큰 전략적 자산"이라고 표현했다.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14기는 전날 미국의 B-2 전략폭격기가 이란 핵시설에 투하한 벙커버스터 개수와 같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는 "작전에 쓰인 미사일 수는 미국이 우리 핵시설을 공격하는 데 사용한 폭탄 수와 동일하다"며 "이번 행동은 형제국가 카타르와 그 국민에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영문매체는 이번 보복 군사작전 명칭을 '승리의 약속', '승리의 소식', '승리의 전령' 등으로 조금씩 다르게 옮겼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이번 공습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와 이란군 하탐알안비야 중앙사령부의 지휘로 IRGC가 실행했다고 보도했다.

IRGC는 성명에서 "백악관과 그 동맹에 전하는 이 단호한 행동의 메시지는 명확하다"며 "이란은 영토 보전과 주권 및 국가 안보에 대한 어떤 침범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보복공격 개시 후 엑스(X·옛 트위터)에 페르시아어로 글을 올려 "우리는 누구도 침략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누구의 침략도 용납할 수 없으며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이란, 카타르 美기지에 미사일…핵시설 피격 이튿날 제한된 보복

23일(현지시간) 밤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의 보복 공격 이후 이란인들이 축하하고 있다.[로이터]


이란은 이번 보복 공격 전에 미국과 카타르에 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란의 이번 보복 군사행동은 절제된 수준에서 나온 '약속대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카타르 미군기지를 공격하겠다는 계획을 사전에 카타르 정부에 알렸다고 이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이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에 공격 계획을 전달했다고 보도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직접 "이란이 공격 계획을 사전에 통보해줘 인명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해준 데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과 상황실에 모여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CNBC 방송이 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이란이 쏜 미사일 14발 중 13발이 격추됐다며 "이란의 대응이 매우 약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다치지 않았으며 거의 피해가 없었다"고 말했으며 "더 이상의 증오가 없길 바란다"고도 강조했다.

곧이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도 "미국의 이란 공격은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나약함과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이란은 중동 역내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영토 보전과 국가 주권에 대한 미국의 노골적 침략행위에 대응한 것"이라며 "미국이 추가 행동을 하면 이란은 다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이란 외무부가 전했다.

이에 앞서 중동의 걸프 산유국들은 '형제국' 카타르에 대한 공격에 반발하는 성명을 일제히 냈다.

공습 표적이 된 카타르는 이란의 공습을 두고 "국제법에 따라 직접 대응할 권리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며 미사일을 격추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수니파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외무부 성명에서 "형제국 카타르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하고 비난한다"며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할 수 없고 불합리하다"고 규탄했다

이집트도 역내 긴장 고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상황 악화 방지를 위한 국제적·지역적 노력을 촉구했고, 요르단은 이란의 공격이 카타르의 주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협상 복귀를 촉구했다.

쿠웨이트, 바레인 등 카타르의 인접국은 일시적으로 영공을 폐쇄하는 등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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