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와달라”는 이란 요청에도…러시아는 ‘엉거주춤’

2025-06-22 (일) 08: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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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 美공습 직후 모스크바행…러 지원 요청할듯

▶ 러, 우크라전 초기 이란 도움 받았지만…이란 돕기엔 난감한 상황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러시아가 난감해졌다. 겉으로는 공습을 감행한 미국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이란의 '헬프콜'에는 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밤 모스크바에 도착했으며, 방러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미국이 맹방인 이스라엘을 도와 자국의 주요 핵시설을 타격한 만큼, 동맹인 러시아에 외교적·군사적 지원을 요청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아락치 장관은 모스크바 방문을 발표하면서 러시아를 "이란의 친구"로 불렀다. 이어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우리는 항상 서로 협의하고 입장을 조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뜨뜻미지근하다. 크렘린궁은 22일(현지시간) 저녁까지도 이번 회담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의 이란 공습에 대해서도 외무부 차원의 비판 성명만 내놨을 뿐, 크렘린은 조용했다.

다만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타스 통신에 아락치 장관이 회담을 위해 22일 밤 모스크바에 도착했다고 확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같은 러시아의 반응이 "우크라이나 전쟁 4년 차에 접어든 푸틴 대통령의 제한된 자원과 상충하는 지정학적 우선순위를 반영한다"고 짚었다.

무엇보다 이란을 도울 여력이 러시아엔 없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모든 자원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NYT는 "러시아가 이란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징후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러시아로선 이란이 중요한 동맹국이지만, 미국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크라이나와 유리한 조건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지, 또는 묵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또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우호적 관계를 추구하고 있어 이란을 지원하기가 껄끄러운 입장이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은 오히려 러시아에 고마운 일이다. 러시아는 석유 수출로 전쟁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NYT는 "이런 요소들 때문에 이스라엘이 이란의 방공망을 파괴하고, 핵 시설을 타격하고, 이란 군 지도부를 제거하는 동안 러시아는 방관하는 태도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첫 해 이란으로부터 받았던 군사적 지원과는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 이란이 제공한 드론과 드론 관련 기술의 도움을 받았다고 NYT는 설명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러시아는 왜 이란에 대한 지원을 주저하나'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개시 이후 이란은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비준했지만, 이는 상호 방위 조약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공격을 받을 경우 어느 한 쪽도 군사적 지원을 제공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전했다.

DW는 러시아가 이란을 지원하기보다는 미국과의 핵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도모할 수 있으며, 러시아 입장에선 중동 정세의 불안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관심을 돌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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