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핵무기 개발’ 상반된 정보·日출장으로 트럼프 ‘눈밖’
▶ NYT “지위 약화·곤경 처해”…백악관은 ‘개버드 배제’ 부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 국장 [로이터]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 사태 국면에서 궁지에 몰렸다.
개버드 국장이 수집하고 분석한 이란 핵무기 개발 관련 정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차례나 공개적인 비판을 가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단축하고 급거 귀국하는 길에 취재진이 개버드 국장의 지난 3월 의회 증언을 거론,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얼마나 가까이 왔다고 평가하느냐고 묻자 "그녀가 말한 것은 상관없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에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도착한 뒤 "내 정보팀이 틀렸다. 그녀가 틀렸다"고 말했다.
이는 개버드 국장이 3월 25일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정보당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003년 중단시킨 핵무기 프로그램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증언한 것이 자신의 정보 평가와 상반된다고 일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흘 동안 두차례나 공개적으로 불신을 당한 셈이다.
개버드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발언이 전해지자마자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부정직한 언론이 분열을 조장하려 의도적으로 내 증언을 왜곡하고 가짜 뉴스를 퍼트리고 있다"며 "미국은 이란이 조립을 완료하면 몇주에서 몇 달 안에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항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일련의 상황을 두고 미 당국자들이 개버드 국장의 지위가 약화했고, 곤경에 처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NY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개버드 국장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고, 특히 지난 10일 개버드 국장이 핵폭탄 투하 80주년을 맞아 일본 히로시마에 출장을 다녀온 뒤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보고서 분노를 폭발시켰다.
개버드 국장은 영상에서 핵전쟁으로 인한 전멸 위기가 가깝다며 "정치 엘리트들과 전쟁광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핵 강대국 간의 공포와 긴장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핵 전멸' 언급이 사람들을 두려움에 빠뜨릴 것이며, 관료들은 그런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개버드 국장의 일본 출장이 정치적 경력을 스스로 홍보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개버드 국장이 직위를 활용해 더 높은 자리를 노리고 있으며, 그가 대통령 출마를 원한다면 트럼프 행정부에 남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NYT는 익명의 당국자들은 인용해 전했다.
지난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대선에서는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며 미 정보 커뮤니티 수장 자리에 오른 개버드 국장으로선 최대 정치적 위기에 놓인 셈이다.
다만, 당장 백악관은 개버드 국장이 밀려났다는 일각의 주장을 부인했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실장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국가안보팀에 대해 완전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개버드 국장은 대통령 팀의 중요한 구성원이며, 그녀는 대통령과 국가를 위해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