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우드랜드힐스서
▶ 김옥자씨 자택서 피살
▶ 최근 살인사건 용의자 연쇄 강도살해 드러나
샌퍼난도 밸리 우드랜드힐스의 한 조용한 주택가에서 81세 한인 여성이 희생된 끔찍한 살인방화 사건이 3년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오랫동안 미제로 남아 있던 이 참극의 범인이 최근 LA 밸리빌리지 고급 아파트에서 발생한 또 다른 강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되면서 그의 연쇄적이고 잔혹한 범행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LA 경찰국(LAPD)은 지난 4월 밸리 빌리지 아파트 단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에릭 에스카밀라(27·사진)가 지난 2022년 8월 우드랜드힐스에서 발생한 한인 김옥자씨(당시 81세)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확인했다고 19일 KTLA가 보도했다. 경찰은 또한 에스카밀라가 같은 해 샌퍼난도밸리에서 벌어진 살인미수 사건에도 연루됐다는 추가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옥자씨의 시신은 당시 자택 화재 진압 이후 침대 아래에서 불에 탄 상태로 발견됐다. 그러나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다수의 자창과 질식으로 확인됐고, 방화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시도로 추정됐다. 현장에서는 주택 내부가 심하게 뒤져져 있었으며 외부 침입의 흔적도 뚜렷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용의자 특정에는 진전이 없었다. 당시 희생자의 딸 클라라 김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이 모든 일이 그저 악몽이길 바란다”며 “어머니는 평생 남을 돕고 배려하며 살아오신 분이었다. 그런 분이 그런 참혹한 방식으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수사에 난항을 겪자 LAPD는 시민 제보를 받기 위해 5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김옥자씨 사건을 담당했던 LAPD 강력계 샤론 김 수사관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수많은 강력 사건을 다뤄왔지만, 이렇게 무의미하고 잔혹한 범죄는 보기 드물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밸리 빌리지의 아파트 단지 ‘애쉬튼 셔먼 빌리지’에서 53세의 매니 히드라가 자택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주민들은 사건 발생 3일 전 새벽, 비명과 격한 충돌음이 들렸다고 증언했으며, 감시카메라에는 한 남성이 옥상 천창을 통해 건물에 침입한 뒤 발코니를 넘나들며 여러 세대의 출입문을 열려 시도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LAPD는 즉각 수색에 착수했고, 약 2주 만에 에스카밀라를 체포했다. 이후 확보된 지문, DNA, 감시 영상 등 여러 증거가 우드랜드힐스 김옥자씨 사건과 일치하면서 수사당국은 두 사건이 동일 인물의 소행임을 확신하게 됐다. 더불어 에스카밀라는 2022년 샌퍼난도에서 발생한 또 다른 살인미수 사건에도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에스카밀라는 최소 세 건의 주거침입 및 강력범죄에 연루된 정황이 확인됐다. 현재 그는 강도 중 발생한 살인 혐의와 1급 주거침입 절도 등으로 기소됐다. 경찰은 “관련 정보를 알고 있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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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