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 이스라엘-이란 전쟁 속 美정보당국 분석 소개
▶ 이란 핵폭탄 제조능력 두곤 백악관·정보기관 견해차
이스라엘과 미국의 대이란 위협이 강도를 높여가자 궁지에 몰린 이란이 핵폭탄 제조를 결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이 포르도 핵시설을 공격받거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암살당할 경우 핵무기 제조를 결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이 많은 양의 핵탄두 연료를 비축하고 핵무기 완성을 위한 부품을 만들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아직 핵무기를 제조할 결단을 내린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정보당국의 이 같은 판단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권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아야톨라 하메네이 암살과 포르도 핵시설 파괴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은신처를 안다고 위협을 가했고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그를 '현대판 히틀러'라고 부르며 제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스라엘은 포르도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이에 필요한 벙커버스터와 전략폭격기 지원을 저울질하고 있다.
백악관 관리들은 정보 브리핑을 연 뒤 트럼프 대통령이 2주 이내에 이란을 겨냥한 조치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란이 핵무기 보유에 매우 근접했다고 당국자들에게 보고했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으나 미국 정보기관들 사이에서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두고 여러 다른 의견이 제기된다.
NYT는 이란이 핵보유를 아직 결단하지 않았다는 점, 이란이 핵폭탄을 제조하는 데 이스라엘의 주장보다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미국 정보기관들의 공감대라고 짚었다.
한 고위 정보당국자는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2003년 핵무기 개발을 금지한 종교적 칙령인) 파트와는 현재도 유효하다"며 "이란이 보름 안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평가는 기우"라고 설명했다.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실제 핵무기를 제조하려면 몇 달, 길게는 1년까지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견해차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 초기부터 노출됐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폭탄 제조가 임박했다는 첩보를 제공했으나, 미국 정보당국은 이 같은 첩보가 이란이 실제로 핵폭탄 제조를 결정했다는 증거는 아니라고 봤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의 털시 개버드 국장은 지난 3월 25일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정보당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보당국자들은 NYT에 "이란의 의도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들의 평가는 3월 이후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 같은 자국 정보기관들의 분석보다 이스라엘 모사드의 정보를 더 신뢰하는 듯한 모습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란은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췄다는 게 명확하다"며 "남은 것은 최고지도자(하메네이)의 결단뿐이고, 결정을 내리면 몇 주 안에 핵무기 생산을 완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3월에 공개된 정보당국의 기존 입장(개버드 국장의 발언) 이후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나 무기 개발 의도에 대한 새로운 '팩트'가 아니라, 기존에 수집된 정보에 대한 새로운 '분석'일 뿐이라는 게 정보당국자들의 지적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란의 핵무기 제조 의도와 현재 상황에 대해 엇갈리는 분석과는 별개로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농축우라늄 비축량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데 대해선 미 정부 내 견해가 일치한다.
개버드 국장은 3월 의회 발언에서 "이란의 농축우라늄 비축량은 최고 수준이며 핵무기가 없는 국가로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만약 이란이 이들 농축우라늄을 토대로 핵무기 개발을 서두를 경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했던 수준의 '조악한' 핵폭탄은 단기간 내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NYT는 정보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시 만들어진 핵폭탄은 미사일에 탑재되는 현대의 소형 핵탄두와 달리 매우 크고 무거워 폭격기에 싣고 갔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 '리틀 보이'는 길이가 3m에 달했고, 무게는 4천400㎏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