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 달 전 의회 증언과 현재 트럼프 판단 엇갈려 주목

개버드 국가정보국장(DNI)[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목전에 와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을 지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 정보기관 수장인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DNI)이 석 달 전 의회에서 이와 엇갈린 평가를 한 점이 주목받고 있다.
개버드 국장은 지난 3월 25일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 "정보당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그가 2003년 중단시킨 핵무기 프로그램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개버드 국장은 다만, "정보당국은 이란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재승인할지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이란의 농축우라늄 비축량은 최고 수준이며 핵무기가 없는 국가로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개버드 국장의 증언은 최근 이스라엘 당국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와는 상반되는 측면이 있다.
농축우라늄 비축량의 수준을 매우 높게 분석하면서도, 이란 당국이 핵무기 개발에 손을 놓고 있다는 평가로 여겨질 수 있어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에 대한 공습 단행 사흘 뒤인 지난 15일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공유한 이스라엘의 정보력이 "절대적으로 명확했다"며 "몇 달 내에 시험용 및 초기 (핵무기) 장치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었으며, 확실히 1년 이내에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특히 "우리는 9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발견했다"라며 공격 감행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네타냐후 총리와 같은 평가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단축한 뒤 귀국길 대통령 전용기 내에서 취재진이 개버드 국장의 의회 증언을 거론하며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얼마나 가까이 왔다고 평가하느냐고 묻자 "그녀가 말한 것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것(이란 핵무기 개발)이 곧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정보기관의 적국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평가를 "상관없다"고 일축하면서 개버드 국장은 곤욕스러운 상황이 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끔 정치적 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극우 성향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는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트럼프 대통령의 취재진과의 문답 동영상과 함께 "DNI는 많은 것을 설명해야 한다"고 적었다.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버드 국장과의 상반된 태도는 집권 1기 때 정보기관 지도부와 갈등을 빚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자신의 정책을 약화하는 '딥 스테이트'(비밀리에 국가를 좌지우지하는 공무원 집단) 일원으로 간주했다"고 짚었다.
이처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개버드 국장은 이날 상원 예산위원회 산하 국방소위의 비공개 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의회를 찾은 자리에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입장에 있다"며 자신의 의회 증언 내용과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에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개버드 국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3월 의회에서 발표한 '연간 위협 평가'에서 말한 것과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다"고 강조한 뒤 "불행하게도 언론의 너무 많은 사람이 내가 말한 내용을 실제로 읽으려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