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경쟁·北문제 협력 필요성 커져…한국 새 정부도 ‘한미일 협력’ 기조
▶ 강제징용·사도광산 등 과거사 문제 여전… “적극적 대일외교 필요”
![[한일수교 60년] 든든한 민주주의 우군…때론 반성없는 가해자 [한일수교 60년] 든든한 민주주의 우군…때론 반성없는 가해자](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5/06/14/20250614165654681.jpg)
(히로시마=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지난해 11월 30일(현지시간)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종이로 접은 학과 거북이 걸려 있다. 종이 거북에는 한글로 ‘평화’라는 글자가 적혔다. 이 비석은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히로시마본부 주도로 1970년 4월 설립됐다.
한국과 일본은 1965년 6월22일(한국시간) 한일협정에 서명하며 미래로 향하는 길을 열었다.
수교로부터 60년이 흐르는 동안, 양국은 협력의 폭을 넓히며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 됐다.
하지만 치유되지 않은 과거사는 양국 사이 해소되지 않는 갈등을 낳았고, 그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일본은 때로는 우리 곁의 든든한 우군이기도 했고, 때로는 반성 없는 가해자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가깝지만 먼 이웃'이라는 일본에 대한 상투적 수식어가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속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한미일 협력을 통해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언제 돌출할지 모르는 '과거사 문제'는 여전한 우려 요소로 남아있다.
◇ 보편가치 공유하는 韓日…미중경쟁·북핵·블록화가 협력 추동
한국과 일본은 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주의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수교 이후 여러 고비를 넘기며 미국을 중심으로 양국이 이뤄온 협력 체계는 그동안 끊임없는 지정학적 위기와 과거사 갈등에도 불구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민주주의 진영의 핵심적 축으로 역할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냉전'을 방불케 하는 미중 전략 경쟁 심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지속 등 동북아 지역이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하면서 양국의 협력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일 협력은 경제·문화를 넘어 안보의 영역으로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 2023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공고화한 한미일 '3각 협력'은 한일관계의 발전을 추동해온 핵심 요소의 하나였다.
그 결과 한미일 3국 정상회의 및 훈련이 정례화하고,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체계도 가동됐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사회가 블록화 경향을 보이면서 동북아 지역에서 한국과 일본이 유사입장국(like-minded countries)으로서 한목소리를 낼 사안도 느는 추세다.
미중 경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하는 흐름 속에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분야도 더는 안보와 별개가 아닌 것으로 여겨지면서 양국은 이들 분야에서도 경쟁 관계와 동시에 상호 보완적 관계도 이루고 있다.
외교통상부 차관을 역임한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지난달 말 열린 제주포럼의 한일관계 관련 토론에서 "한일 전략적 파트너십을 진지하게 강구할 때가 왔다"며 "동북아·동아시아·인태지역의 전략적 불확실성,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협력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최근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겠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9일 첫 통화에서 앞으로도 한미일 협력의 틀 안에서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더 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 전진·후퇴 반복한 양국관계…사도광산·JDZ 등 과제도 산적
하지만 '과거사 문제'는 여전히 한일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과제로 남아있다.
한일은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0월 예비교섭을 시작으로 14년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1965년 한일협정을 체결하며 국교정상화를 이뤘지만, 양국 관계는 한 시기도 평탄한 날이 없었다.
한일 협정에 한일합방이 '원천무효'라는 점을 명시하지 못한 근본적 한계는 이후 지속적인 일본의 '과거사 도발'로 이어졌다.
물론 과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나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1995년), 이를 계승한 '고이즈미 담화'(2005년) 등 일본도 과거사에 대해 침묵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아베 정권의 '역사 수정주의'(과거사의 재해석) 경향 속에 지도급 인사들의 망언이나 태평양 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교과서·방위백서·외교청서 등을 통한 역사적 사실 왜곡 기술 등이 이어지면서 반성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게 했다.
그래서 역대 한국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 행보를 보이다가도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 사안이 불거지면 다시 급격히 관계가 경색되는 '롤러코스터' 대일관계를 마주해야 했다.
최근 한국 정부는 대체로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협력이라는 한일관계의 두 개 축을 별개로 추진하는 '투트랙' 접근법을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나서면서 양국관계가 악화 일로를 걸었던 것처럼 두 사안을 명확히 구분해서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지난해 11월 반쪽 개최로 비판받은 사도광산 추도식의 올해 행사와 공교롭게도 한일협정 서명일인 22일부터 '3년 뒤 종료' 선언이 가능해지는 '양국에 인접한 대륙붕 남부 구역 공동개발에 관한 협정'(JDZ 협정) 연장 여부 등 대기하고 있는 민감한 현안도 많다.
국내 전문가들은 양국이 과거사 문제에 있어 지속 가능한 해법을 적극적으로 찾을 필요가 있다고 봤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진정한 상호 신뢰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과거사 문제를 장기적 안목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이시바 내각의 경우 한반도 문제, 과거사 문제에 대해 협력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 만큼 적극적인 대일 외교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