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단속 반발 시위 나흘째 격화
▶ 다운타운 집회금지 선포
▶ “해병대 700명 투입 준비”
▶ 주민들 평화 시위 호소

지난 8일 저녁 LA 다운타운 지역에서 벌어진 이민단속 반발 시위 도중 일부 시위대의 방화로 인해 웨이모 무인 자율주행차량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LA에서 나흘째 이어지며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시위는 처음에는 평화적으로 시작됐지만, 지난 8일 밤 LA 다운타운 지역의 일부 참가자들이 101번 프리웨이를 점거하고 차량에 불을 지르거나 경찰차에 돌을 던지는 등 물리적 충돌을 벌였고, 밤새 다운타운 일부 상가에서는 약탈과 기물 파손 행위까지 발생하는 등 폭도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LA경찰국(LAPD)에 따르면 9일까지 나흘 동안 시위대 중 총 56명이 체포됐으며, 전날인 8일 하루에만 27명이 체포됐다. 이들 중에는 화염병을 경찰에게 던지거나 오토바이로 돌진해 경찰관을 다치게 한 이들도 포함됐다. 짐 맥도널 LA 경찰국장은 “첫날 밤 상황도 심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폭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경찰관들에게 상업용 폭죽을 쏘는 행위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위험한 범죄”라고 밝혔다. 그는 또 “평화적인 이민 개혁 요구와는 무관하게, 일부 상습 폭력 시위자들이 시위대에 끼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위의 도화선 중 하나였던 데이빗 후에르타 SEIU(서비스노동자국제연맹) 캘리포니아 지부 의장은 ICE 작전을 저지하려다 체포돼 중범죄인 공무집행방해 음모 혐의로 기소됐다. 지지자들이 대거 도심에 집결했고, 시위는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8일 시위 도중에 자율주행차 기업 웨이모의 차량 최소 5대가 불탔다. 경찰은 다운타운 지역 전체를 집회 금지 구역으로 선포했지만, 일부 시위대는 전동 킥보드를 던지거나 상점 약탈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고, LAPD는 도심 전체를 집회 금지 구역으로 선포하고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LA의 혼란에 대응해 캘리포니아주와의 협의 없이 주 방위군 2,000명을 시위 현장에 투입하도록 지시했으며, 현재 약 300명이 배치된 상태다. 또 국방부는 9일 700명의 해병대 현역 장병들을 LA 시위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로이터의 취재에 응한 익명의 미군 당국자는 유사시 해병대 1개 대대가 LA에 파견될 것이나 현재로서는 파견을 위한 ‘반란법’ 발동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대미투자 촉진 좌담회에서 LA 시위 진압을 위해 주방위군에 이어 해병대를 보낼 계획이냐는 기자 질문에 “상황을 볼 것”이라고 답했다.
ICE는 단속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최악의 범죄자 12명’을 지목했지만, 이 중 일부가 단속 전부터 이미 수감 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도리어 논란을 키웠다. 국토안보부(DHS)는 이에 대한 추가 설명을 거부하고 기존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한편, LA에서 시작된 시위는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워싱턴 DC, 뉴욕, 휴스턴 등 전국 주요 도시로 번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민국 청사 앞 시위에서 60명이 체포됐고, 시카고에서는 ICE 단속을 “이민자에 대한 전쟁”이라 비판한 헤수스 가르시아 연방 하원의원(민주)이 직접 참석해 연설했다.
시민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시위대의 폭력성을 지적하며 “이런 방식은 사회를 파괴할 뿐”이라고 비판한 반면, 다른 이들은 “그래피티는 지울 수 있어도 가족이 갈라지는 고통은 되돌릴 수 없다”며 정부의 과잉 단속을 규탄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이민 단속 문제를 넘어, 미국 사회의 정치적 긴장과 불신, 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둘러싼 거대한 갈등의 축소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