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원하게 박수받지 못한 월드컵 본선행…홍명보, 불명예 씻을까

2025-06-05 (목) 02: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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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성 논란’ 속 출항…1년 지난 지금도 따가운 시선

▶ 한국 최초 월드컵 두 번 나가는 감독… ‘명예회복’ 기회

시원하게 박수받지 못한 월드컵 본선행…홍명보, 불명예 씻을까

(서울=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스라 알 파이하 스타다움에서 열린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축구대표팀은 6일 이라크를 상대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9차전을 치른다. 2025.6.4 [대한축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6일(한국시간) 홍명보호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으나 시원한 박수 소리는 좀처럼 들려오지 않는다.

외려 다른 조의 일본과 이란이 3개월 전에 일찌감치 본선행 티켓을 따낸 것에 비춰 우리는 이제야 어렵게 임무를 완수했다며 힐난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응원받지 못하며 출항한 홍명보호는 3차 예선 상대들은 물론이고 비난 여론, 어수선한 분위기와도 싸우며 여기까지 왔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해 7월 홍명보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한 건 대다수 축구 팬들에게 '잘못 끼운 첫 단추'다.

외국인 감독을 기대하는 여론이 높았던 만큼, 무려 6개월간 진행된 감독 선임 작업의 결과가 2014 브라질 월드컵(1무 2패·조별리그 탈락)에서 이미 실패를 맛본 홍 감독이라는 사실에 실망하는 목소리는 매우 컸다.

홍 감독이 불공정한 절차를 거쳐 선임됐다는 의혹은 부정적 여론을 더욱 키웠고, 첫 경기인 9월 팔레스타인과의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선 그가 전광판에 등장할 때마다 야유소리가 터져 나왔다.

첫 경기에서 0-0으로 비기며 불안하게 출발한 홍명보호는 이어진 오만 원정에서 3-1로 이기며 한숨을 돌렸다.

10월에는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한국에 0-2 완패를 안긴 요르단을 상대로 원정에서 2-0 완승했고, 이어 홈에서 치른 이라크전에서도 3-2로 이겨 3연승을 달렸다.

최대 고비로 여겨진 10월 2연전을 연승으로 마치고 11월 쿠웨이트 원정 3-1 승리, 팔레스타인 원정 1-1 무승부 등으로 선두 자리를 굳혀가면서 홍 감독을 향한 비난 여론은 잦아드는 듯했다.

그러나 본선행을 조기에 확정지을 것으로 기대됐던 3월 오만, 요르단과의 홈 2연전에서 잇달아 졸전 끝에 무승부에 그치면서 분위기는 다시 어수선해졌다.


선제골을 넣고도 수비 불안에 동점골을 내줘 1-1로 경기를 마치는 흐름을 반복했고, 전술에 기본적으로 방향성조차 보이지 않는다거나 선수 교체 타이밍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지적이 뒤따랐다.

결국 홍명보호는 3차 예선의 마지막 2연전의 첫 경기인 이라크 원정 9차전에서야 북중미행을 확정할 수 있었다.

이날 이라크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이라크에 2-0으로 이겨 최소 B조 2위 이상의 순위를 확보해 아시아에서 4번째로 본선 티켓을 따냈다.

사령탑에 오르고서 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따가운 시선을 받는 홍 감독은 쿠웨이트와 홈 최종전을 마치면 1년 앞으로 다가온 북중미 월드컵 본선 준비에 들어간다.

과제는 산적해 있다.

한국 축구 최고의 무기였던 손흥민(토트넘)이 '에이징 커브'에 접어들었다. 1년 뒤 손흥민을 마음껏 선발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기에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표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르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패스 능력을 극대화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지난 시즌 소속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린 이강인이 새 팀으로 옮겨 출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변수다.

또 '중원의 핵' 황인범(페예노르트)의 짝을 찾아야 하고, 발목 부상이 고질이 될 조짐을 보이는 '철기둥' 김민재(뮌헨)의 몸 상태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홍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서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를 잡았다.

월드컵 무대에서 두 차례 지휘봉을 잡게 된 국내 축구인은 홍 감독이 유일하다.

이번 월드컵은 불명예를 씻을 찬스이기도 하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나서며 한국 축구의 '영웅'으로 인정받았던 홍 감독은 지금은 '구태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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