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권 심판론’ 강하게 분출… 영·호남 양분 여전

2025-06-0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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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대 대선 결과 분석
▶ 국정불안 해소 민심 작동

▶ 행정·입법부 독식 현실화
▶ 국민통합·민생경제 과제로

1987년 민주화 이후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와 이에 따른 대통령 파면의 여파 속에 치러진 사상 두 번째 조기 대선에서 민심은 결국 3년 만의 정권 교체를 선택했다. 최종 개표 결과 이재명 대통령의 득표는 49.42%(1,728만7,513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1,439만5,639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291만7,523표)였다. 이 대통령이 얻는 1,728만7,513표는 득표수로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직전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던 이재명 후보가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이유로는 역시 유권자들 사이에서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등 옛 여권에 대한 심판론이 강하게 작동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으로 볼 수 있는 작년 4월 총선에서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가뜩이나 정권의 국정운영 동력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지난해 12월3일 벌어진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는 중도층 민심의 이탈을 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이 당선인의 ‘사법 리스크’를 집중 공략하며 균열을 만들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정권 심판론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을 거치며 극단적 이념 충돌 양상이 벌어지는 등 혼란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세론’이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구·경북은 보수 정당에 대한 여전한 지지세를 나타냈다. 4일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마감 결과 대구에서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67.62%, 이재명 후보가 23.22%를 득표했다. 경북에서는 김 후보 득표율이 66.87%, 이 후보 25.52%로 각각 나왔다. 이는 2022년 3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초박빙 대결을 펼쳤던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 후보가 받아들였던 성적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이를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TK 지역 유권자들 견제 심리가 본투표 당일 발동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경남에서도 김문수 후보 51.99%, 이재명 후보는 39.4%를 기록했다. 지역정가에서는 이같은 결과를 두고 막판 보수 결집 때문이라거나, 전통적 보수 성향을 지닌데다 유권자 연령층이 높은 경남 유권자들 사이에서 이 당선인의 ‘사법 리스크’ 등으로 인한 비호감이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분석한다.

이번 대선으로 정치권 지형도 극적인 변화를 맞았다. 여당인 민주당이 과반인 171석을 차지하면서 극단적인 여대야소 정국이 만들어졌다. 여당이 과반 의석을 가진 채로 임기를 시작하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2013년 2월 취임 당시 한나라당 153석) 이후 12년 만이다. 행정부와 입법부 양쪽의 주도권을 모두 가지는 ‘수퍼 파워’ 집권당이 탄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정권교체를 택한 민심의 밑바닥에는 벼랑 끝으로 치닫는 경제 상황에 대한 국민적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가 오히려 ‘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맞추고서 최대한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는 관측도 동시에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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