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나라 와서 연구하세요”…각국, 美 떠나는 인재 유치 경쟁

2025-06-01 (일) 05:59:58
크게 작게

▶ 트럼프발 예산 삭감·대학 압박에 연구자들 탈미국 분위기 확산

▶ EU·캐나다·호주·일본·홍콩 등 ‘인재 유입’ 적극 나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 삭감과 대학에 대한 압박 탓에 연구자들 사이에서 미국 바깥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이들을 붙잡으려는 각국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1일 CNN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향후 3년간 5억 유로(약 7천856억 원)를 투자해 유럽을 연구자들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캐나다의 보건 연구기관은 미국을 포함한 외국 과학자 100명을 유치하기 위해 3천만 캐나다 달러(약 302억 원)를 투입했다.


프랑스 마르세유의 한 대학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노출된 일부 미국 내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유치 활동에 나섰다.

호주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호주 출신 연구자들의 귀국을 촉진하기 위한 새로운 인재 유치 프로그램을 출범했다.

안나 마리아 아라비아 호주 과학원장은 미국 연구자들에 대해 "고도로 훈련된 유능한 인재들로 과학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본과 홍콩은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대한 외국인 학생 등록 차단 조치를 발표하자 자국 대학에 이들을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각국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연구자 유치에 나선 것은 미국 연구자들의 수준이 그만큼 높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연구·개발(R&D) 지출은 정부와 민간을 포함해 2023년 기준으로 9천억 달러(약 1천240조 원)에 달한다.

미국의 막대한 R&D 투자는 전 세계 학계에서의 압도적인 영향력으로 이어졌다. 미국은 지금까지 400개 이상의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 중 3분의 1 이상은 이민자들이 받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연구소와 대학에 지원하는 연방 예산을 삭감했고, 이 여파로 국립보건원(NIH)을 비롯한 연구기관에서 대규모 해고가 이뤄졌다. NIH는 미국의 대학, 병원, 연구단체에 매년 약 500억 달러(약 69조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국립과학재단(NSF)에 대한 연구지원금도 깎였다.

이에 대해 미국 내 16개 주정부는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연구지원금 삭감 조치가 공중 보건과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기를 거부한 하버드대에 대한 수십억 달러의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유학생 등록 금지 조치도 발표했다.

이 같은 미국 연구 생태계의 변화에 따라 젊은 연구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겠지만, 이들은 미국 바깥의 연구기관으로 더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육정책이 전문 분야인 케니스 웡 브라운대 교수는 "미국은 아주 생산적이고, 젊고, 능력이 뛰어난 연구자들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