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운 주요도로 ‘유령 건물’ 10여 곳씩 달해
▶LA시 전역 화재의 3분의 1이 노숙자 관련
▶“철거 및 재정비·시큐리티 강화책 절실”

지난 20일 LA 한인타운 윌셔와 버몬트 코너의 몇 년째 비어 있는 부지를 점거하고 있던 노숙자 텐트촌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긴급 진화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LA 한인타운 곳곳에서 방치된 빈 건물과 공터, 쓰레기장 등에서 노숙자들의 실화나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건물은 수년째 재개발을 이유로 비어 있거나 철거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어 범죄나 화재에 취약한‘유령 건물’로 전락한 상태로, 가연성 물질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은 공공 쓰레기 더미 역시 울타리나 감시 없이 방치된 경우가 많아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에 한인타운 한복판 윌셔 블러버드와 버몬트 애비뉴 코너의 공터 부지에 있는 노숙자 텐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LA시 소방국(LAFD) 소속 소방관들이 출동해 긴급 진화하는 소동을 벌어졌다. 이 곳은 LA 총영사관 주차장과 바로 인접해 있는 부지로 평소 한인들의 통행이 많은 곳이다.
이어 지난 26일에도 한인타운 샌마리노 스트릿과 듀이 애비뉴 교차점 인근에서 노숙자 실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 건물 안에서 42세 노숙자 남성이 심한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했다. 지난 6일에는 한인타운 마리포사 애비뉴와 제임스 M 우드 블러바드 교차점 인근에서 노숙자의 실화나 방화로 추정되는 대형 야외 쓰레기 화재가 발생해 인근 건물들을 위협했다.
반복되는 노숙자 화재와 허술한 도시 관리에 한인타운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한 40대 주민은 “작년 거주지 인근에 있던 빈집에 노숙자 실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소방관들이 진압하는 광경을 직접 목격했고, 최근에도 한 노숙자 텐트 옆 쓰레기 더미에 불이 나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산간지대도 아닌 한인타운에서 이렇게 높은 화재 우려를 안고 살아간다는게 아이러니 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키우는 지인 가정은 이러한 지역 환경에 대한 우려로 이주를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숙자 관련 화재 문제는 LA 전체적으로도 심각하다. LAFD는 지난 6년간 증가한 노숙인 인구가 소방국 자원에 미친 영향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하며 같은 기간 LAFD가 대응한 전체 화재 중 32.9%가 노숙인과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또 KCAL 뉴스는 조사 결과 LA 카운티 전역에서 2019년 이후 노숙자와 관련된 화재 건수는 매년 2,000~3,000건씩 증가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빈 건물의 철거 및 보안 강화책 마련, 노숙자 대상 의료·심리 개입 확대, 비소방 인력을 활용한 대응 체계 개선, 예산 집행 투명성 확보 등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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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