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식품과 건강 상식
▶ ‘사용 기한’ ‘유통 기한’ ‘판매 기한’ 제각각
▶연방 표준은 분유뿐… 각 주마다 기준 달라
▶수분 함량 높은 냉장식품은 특별히 주의를
당장은 우리가 냉장고와 찬장, 식료품 저장 공간을 탐색하면서, 혹은 룸메이트나 배우자와 상한 것 같지만 괜찮아 보이는 오렌지 주스를 두고 말다툼을 벌일 때, 다음과 같은 라벨 관련 오해들을 바로잡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오해 1: 날짜가 지나면 모든 음식은 버려야 한다
ReFED 대표인 다나 건더스는 “많은 사람들이 식품의 날짜를 안전성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음식에 있어서 이 날짜는 품질과 관련된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날짜가 지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대부분의 신선식품은 당연히 상하게 되며, 저장 가능한 식품도 시간이 지나면 물리적으로 변질된다. 맛이나 색이 바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오래된 아몬드는 박테리아에 감염되지는 않지만, 기름이 산패하면서 맛이 이상해진다. 요거트나 사워크림처럼 산성도가 높은 유제품은 유해 박테리아가 서식하기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시큼해질 수 있다(물론 개봉한 요거트가 냉장고에 오래 보관되면 곰팡이가 생기는 등 명확한 부패 징후도 나타날 수 있다). 적절히 냉장 보관된 저온살균 우유는 유통기한이 지나도 괜찮을 수 있지만, 결국에는 이상한 냄새나 맛이 나게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음식이 지정된 유통기한을 넘겼더라도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고, 상황에 따라 맛을 봐서 섭취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오해 2: 날짜가 지난 음식은 감각으로만 판단하면 충분하다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먹는 수분 함량이 높은 음식들 중에는 외관상 멀쩡해 보이더라도 위험한 박테리아가 자라 감염 위험이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임신 중에는 이러한 음식이 더 위험할 수 있으므로, 건더스는 델리미트 같은 임산부에게 권장되지 않는 식품의 경우 날짜를 따를 것을 권장한다.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 식품연구소 부소장으로 최근 은퇴한 캐시 글래스는 냉장 보관 식품에서의 ‘사용 기한(use-by)’과 적정 냉장온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많은 제조업체들이 제품의 부패 시점과 안전 시점을 연구해 날짜를 설정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사용 기한’이라는 문구는 “해당 날짜까지 적절히 냉장 보관했을 경우, 제품이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라는 의미다. 이같은 식품은 화씨 35~40도 사이에서 냉장 보관 해야 한다.
그녀는 “사용 기한 당일에 냉장고 안에서 폭발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지난 제품은 냉동 보관을 통해 보관 시간을 연장하거나, 예를 들어 칠면조 가슴살을 화씨 165도 이상으로 조리함으로써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아침 샌드위치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
물론, ‘사용 기한(use by)’ 문구가 붙어 있더라도 특별한 주의가 필요 없는 제품들도 있다. 다음 오해를 보자.
■오해 3: 날짜 라벨은 전국적으로 표준화되어 있다
‘사용 기한(use by)’, ‘베스트 바이(best by)’, ‘유통 기한(expires on)’ 등 다양한 문구들은 공식적인 정의가 없다. 연방정부가 ‘사용 기한’을 의무화한 유일한 제품은 분유뿐이며, 이는 영양소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는 시점을 의미한다.
연방 차원의 광범위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 내 식품 날짜 라벨은 주나 지방정부의 법에 따라 제각각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모순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몬태나주에서는 우유에 저온살균일로부터 12일 이내의 ‘판매 기한(sell-by)’을 표시해야 하며, 이후에는 판매가 금지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보는 ‘판매 기한’ 문구를 없애고, 제조사는 ‘품질 기준의 베스트 바이(best if used by)’, ‘안전 기준의 사용 기한’만을 사용하도록 제한하자고 주장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법안이 수년간 의회를 오갔고, 2017년에는 식품 기업 연합이 자율 기준을 제시했지만, 많은 제조사들은 여전히 다양한 문구를 사용한다. 일부는 주법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하버드 로스쿨 식품법 및 정책 클리닉의 에밀리 브로드 리브는 “현행 주법 때문에, 기업들이 그 자율 기준만 따를 경우 주법을 위반하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부터 캘리포니아에서는 ‘베스트 바이(best if used by)’/‘사용 기한(use-by)’ 체계로 라벨을 단순화하는 법이 시행될 예정이며, FDA와 USDA도 최근 식품 날짜 표기에 대한 공개 의견 수렴을 마쳤다. 브로드 리브, ReFED 등은 연방기관이 규제 권한을 활용해 라벨 표기를 표준화할 수 있다고 본다.
브로드 리브는 “사람들이 여전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매일 버리면서 돈을 낭비하고 있다”며 “날짜가 지났더라도 여전히 괜찮아 보이고 냄새가 괜찮다면 섭취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 반대로, 실제로 안전상 위험이 있는 일부 식품에 대해 기준이 없다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오해 4: 대부분의 날짜 라벨은 아무 의미 없다
기업들은 제품의 유통기한을 다양한 방식으로 설정한다. 원천 연구, 기존 데이터, 식품 과학 개념, 소비자 불만, 또는 경험에 근거한 추정 등을 활용한다. 따라서 어떤 제품은 실제보다 보수적으로 유통기한을 설정해 오랫동안 품질을 유지할 수 있고, 어떤 제품은 날짜가 지나자마자 빠르게 맛이 떨어질 수도 있다. 비냉장 식품의 날짜는 제조사가 보장하는 ‘최고 품질의 시점’으로 이해하면 된다.
네이처스 패스 오가닉 푸드의 연구개발 부사장 린지 허먼은, 소비자 만족을 위해 정확한 날짜 표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회사에서는 다양한 조건과 시간 동안 보관된 제품을 대상으로 매주 블라인드 시식 테스트를 진행한다. 다수의 시식자들이 품질 저하를 인지하면, 해당 시점이 유통기한으로 설정된다. 허먼은 “특히 견과류와 씨앗처럼 건강한 지방을 포함한 식품은 산화가 빨라 유통기한이 짧아진다”고 말한다. 산패한 지방은 페인트나 판지 같은 냄새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마씨가 들어간 시리얼은 일반 곡물 시리얼보다 유통기한이 절반에 불과하다.
‘베스트 바이’ 날짜가 지나면, 허먼은 소비자 스스로 판단하라고 말한다. “시원하고 어두운 곳에 잘 보관했다면, 여전히 상태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기름이 산패해 화학적인 냄새가 난다면, 먹지 않는 게 좋다.”
필자 역시 찬장 속 오래된 그래놀라 바에서 그런 불쾌한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다. 반면, 1년 넘게 지난 옥수수 알갱이로 만든 팝콘은 아주 맛있게 먹었다. 일부 날짜는 더 의미 있을 수 있지만, 라벨을 확인하는 습관은 음식물 낭비를 줄이고,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먼저 소비하며, 신선한 식품을 더 즐기는 데 도움이 된다.
■오해 5: 푸드뱅크는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받을 수 없다
많은 비영리 단체는 ‘베스트 바이’ 날짜가 지난 식품도 기부받는다. 예를 들어 유타주의 바운티풀 푸드 팬트리는 날짜가 지난 지 최대 3년 된 식품도 받는다. 팬트리 웹사이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우리 자원봉사자들이 모든 식품을 검사하여 여전히 안전하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우리 스스로 먹지 않을 음식은 배분하지 않습니다.”
물론 기부하기 전에는 반드시 해당 기관에 문의해야 한다. 일부 기관은 날짜가 지난 음식을 받지 않거나, 지역 법률 때문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브로드 리브는 약 20개 주에서 날짜 지난 식품의 판매나 기부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한다. 법적으로 명시된 바가 없는 경우에도, “허용된다고 명시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장벽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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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chael Jack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