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 올바름에 집착하다 농촌·노동계층 유권자에 외면당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로이터]
지난해 대선에서 정권을 내주고 연방의회에서도 소수당이 된 미국 민주당에서 유권자 눈높이에 맞춘 표현과 단어를 사용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26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진보세력의 대부로 불리는 무소속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의 전국 순회 연설회를 계기로 이 같은 자성론이 확산했다.
샌더스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전면적인 투쟁을 촉구하는 연설회의 슬로건으로 '과두정치 타도'를 내걸었다.
그러자 민주당의 젊은 피로 불리는 얼리사 슬로킨(미시간) 상원의원은 '과두정치'라는 단어를 문제로 삼았다.
슬로킨 의원은 "대부분의 일반인에게 '과두정치'라는 단어는 와닿지 않는 단어"라며 "차라리 '미국에는 왕이 없다'라는 슬로건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샌더스 의원은 "슬로킨 의원이 생각하는 것처럼 미국인들은 그리 멍청하지 않다"고 반박했지만, 진보성향 정치인의 표현에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마약중독' 대신 '물질남용장애', '가난' 대신 '경제적 취약', 굶주리는 미국인' 대신 '식량 불안을 겪는 미국인'과 같은 표현을 선호하는 당내 분위기가 농촌과 노동 계층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공화당도 최근 선거에서 이 같은 민주당의 언어 사용법을 맹공했다.
진보세력을 비하하는 표현인 '워크'(Woke)의 부정적인 사례로 민주당의 언어 사용법을 들면서 중도층 유권자들을 공략했다는 것이다.
앨리슨 프래시 위스콘신대 교수는 "민주당은 정확한 표현을 쓰려다가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진다"며 "공화당은 표현에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일부 유권자들에게는 오히려 더 진실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본능적으로 유권자가 공감할 수 있는 언어를 구사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나 '불법 이민자의 침략'처럼 유권자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을 적절하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정치 구호가 실속이 없는 허구라고 반박하지만, 민주당의 가치를 표현할 구호를 스스로 찾아내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슬로킨 의원은 최근 '마가' 모자를 쓴 유권자에게 "민주당의 모자는 뭐냐"라는 질문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민주당을 상징할 수 있는 모자 문구가 없다는 이야기다.
당내 진보세력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일부 표현 때문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의 잠룡으로 분류되는 인사들 사이에서도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춘 표현을 사용하자는 입장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교통장관을 지낸 피트 부티지지는 최근 아이오와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후 기자들과 만나 "유권자 모두에게 와닿을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민주당에 너무나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