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 1,370원대로… 6개월래 최저
▶ 트럼프 ‘감세안’에 재정적자 매년 4조달러↑
▶ “1,300원 초중반까지 떨어질 가능성” 전망도

원·달러 환율이 6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를 정리하는 모습.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대규모 감세 법안으로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다. 한때 1,500원을 향해 달리던 원·달러 환율이 1,370원대까지 내려가면서 향후 환율의 방향성에 시장과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1일(이하 한국시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20원 하락한 1,387.2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해 11월8일(1,386.4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어 야간 거래에서는 1,370원대 초반까지 가파르게 밀린 채 장을 마쳤다. 22일 새벽 2시 기준 전장 서울환시 종가 대비 20.60원 급락한 1,371.80원에 마감했다. 주간 거래 종가 1,387.20원과 비교하면 15.40원이나 떨어졌다.
달러화 가치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이날 같은 시각 99.57로 전장 대비 0.55%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엔화와, 스위스 프랑 등 안전 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전날 일본 엔화 대비 달러화는 0.55% 하락한 143.7엔을 기록했으며, 스위스 프랑 대비 달러화는 0.36% 하락한 0.825를 기록했다. 영국 파운드화는 3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0.33% 상승한 1.3437달러로 집계됐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약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미 연방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안 확대 등을 골자로 한 ‘하나의 아름다운 법안’(Big Beautiful Bill·감세법안) 통과를 위해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연방하원의장은 26일 메모리얼데이 휴회에 앞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로 처리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연방정부 부채가 증가하고 있으며, 감세 정책으로 인한 재정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지난 16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무디스는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시행돼 올해 말 종료를 앞둔 감세법이 연장될 경우 향후 10년간 매년 재정적자를 4조 달러 추가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방의회예산국(CBO) 역시 감세안이 추진될 경우 2026년부터 2034년 사이 재정적자가 3조8,00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24 회계연도 기준 미 재정적자는 1조8,300억 달러에 달한다. 최근 기타 고피나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재정 적자는 너무 크고 줄여야 한다”며 “끊임없이 증가하는 부채 부담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글로벌 달러화 가치 하락에 힘입어 원·달러 환율도 급격하게 하락 반전하면서 향후 방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 전망치의 하단을 기존보다 낮춘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국 증권사인 상상인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원·달러 환율 예상치의 하단을 기존 1,330원에서 1,300원으로 내렸다. 미국과 중국이 90일간 휴전에 나서는 등 무역전쟁 우려가 다소 완화되며 원화 저평가 기조가 축소된 상황에서 한·미 환율 협상으로 원화강세 요인이 추가됐다는 분석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19일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은 달러 약세와 비 미국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 흐름에 따라 1,300원 중반대까지 하락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올해 하반기 후반 이후에는 미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한·미 금리차 재확대, 한국 성장 모멘텀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환율이 상승 반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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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