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란, 핵협상 돌파구로 美·아랍국과 핵농축 합작벤처 제안”

2025-05-14 (수) 10: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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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 전면폐기 대신 ‘안전장치 마련’ 양보안…우라늄 농도 3.67% 조건

▶ “사우디·UAE에 참여 제안할 듯”…미국은 “그런 제안 없었다” 부인

미국과 핵협상을 진행 중인 이란이 아랍 국가와 미국 등이 참여하는 핵농축 합작 벤처를 설립하는 방안을 미국 측에 제안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전면 폐기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한 역제안으로, 이란 내 핵 프로그램이 민간 용도로 운용되는지를 감시할 수 있는 일종의 안전장치로서 합작 벤처 설립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만에서 진행된 미국과 회담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에 이러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이란 당국자들은 전했다.


이날 복수의 이란 매체들도 이러한 내용을 주요 기사로 보도하면서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새로운 계획"을 내놨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자들과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이란의 제안에는 이란과 주변 아랍국 등 총 3개 국가가 참여한 핵 컨소시엄을 설립하고, 이란은 해당 컨소시엄을 통해 핵무기 개발 수준에 미치지 않는 낮은 농도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지속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렇게 농축된 우라늄을 다른 아랍 국가들에 역시 민간 용도로 수출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이 합작 벤처를 설립하겠다고 제안한 아랍 국가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언급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계획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해당 벤처에 주주 및 투자자로 참여해 그 대가로 이란의 핵 기술을 일부 공유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제안은 이란이 보유한 우라늄 농도를 2015년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정했던 수준인 3.67% 아래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앞서 서방과 이란은 2015년 이러한 내용의 핵합의를 맺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 때인 2018년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한 바 있다.


현재 이란은 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 60% 농도까지 우라늄을 농축해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합작 벤처의 형태로 이란의 핵 농축 작업에 아랍 국가 및 미국의 자본을 참여시키겠다는 제안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무기 개발 용도가 아닌 전력 생산 등 민간 용도로 활용할 것을 보장하는 일종의 안전장치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이란과 핵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은 이란 내 핵 프로그램을 전면 폐기하고, 저농축 우라늄을 해외에서 수입해 민간 용도로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자국의 핵 프로그램은 무기 개발 목적이 아닌 민간 용도로 운영하는 것이라며 전면 폐기를 거부해 협상 진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12일부터 26일까지 3차례에 걸쳐 고위급 핵협상을 벌였으며, 지난 11일에는 오만에서 4차 협상을 진행했다.

한편 이날 보도 내용에 대해 미국 측은 해당 제안을 받은 바가 없다며 부인했다.

NYT에 따르면 위트코프 특사의 대변인은 이날 "합작 핵농축 벤처 아이디어가 최근 오만에서의 이란과 대화 일부였다는 익명 소식통의 주장은 완전히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그러한 아이디어는 "제안되거나 논의된 바 가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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