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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구글이 초정밀 지도에 목매는 이유

2025-05-13 (화) 12:00:00 이동현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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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우리나라 초정밀 지도를 내놓으라고 정부를 압박한다. 구글은 2007년, 2016년에도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했으나, 안보상 이유로 불허됐다.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등에 업고 통상 압박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지도를 얻어내 내비게이션 시장 점유율을 높인 뒤 이를 바탕으로 금융·모빌리티·도시 인프라를 통합하는 미래 산업 플랫폼을 장악하겠다는 노림수다. 안보 위협은 물론 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구글은 지도·내비게이션 글로벌 1위 기업이지만, 국내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의 3분의 1 수준이다. 2만5,000 대 1 축적 공개 지도 기반으로 국내 기업에 비해 서비스 품질이 뒤지는 탓이다. 이용자 사고가 끊이지 않는 점도 한계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2023년 구글 지도 안내에 따라 차량이 붕괴된 다리로 진입, 추락해 운전자가 사망했다. 2024년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구글 지도 안내에 따라 비포장 도로로 진입한 차량 수천 대가 사막에 고립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전 세계에서 잇따르고 있다.

■구글이 초정밀 지도를 확보할 경우 국내 산업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구글 페이와 연동해 위치 기반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부동산 가치 평가·상권 분석 등을 통해 대출·보험 등 금융 산업에 뛰어들 전망이다. 자율주행·스마트 교통 인프라 구축 등도 염두에 둔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은 물론 지도 기반 스타트업 등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데이터 주권 침해 가능성이다. 지도가 사람과 자원의 흐름을 통제하는 수단이 된 시대다. 정부는 앞서 구글 측에 국내에 서버를 두고 초정밀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라고 제시한 바 있지만, 구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 내 수익에 대한 과세를 회피하고, 한국 정부의 규제를 피하려는 의도라는 평가다. 구글이 초정밀 지도를 얻을 수 있을지 여부는 오는 15일 가닥 잡힌다. 정부는 “개선 가능한 부분이 있다”며 전향적 입장이다. 관세전쟁보다 무서운 미국의 데이터 침공이 목전에 닥쳤다.

<이동현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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