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보란 듯… ‘미중 무역전쟁’ 속 시진핑·푸틴 밀착 과시

2025-05-08 (목) 10: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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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러, ‘트럼프 2기’ 첫 정상회담…서로 ‘동지’ 부르며 친밀감

▶ 시진핑, ‘다자주의’ 강조하며 美 간접비판…푸틴은 美겨냥 공세 자제

트럼프 보란 듯… ‘미중 무역전쟁’ 속 시진핑·푸틴 밀착 과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로이터]

미국의 글로벌 패권주의에 맞서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직접 만나 양국 밀착 관계를 과시했다.

8일 러시아 타스·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시 주석을 만나 "친애하는 동지"라고 불렀고, 시 주석도 푸틴 대통령에게 "나의 오랜 동지"라고 화답하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시 주석은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80주년을 계기로 전날부터 나흘간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이다.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서방과 대립하는 러시아에 직접 방문, 강력한 지지와 연대를 대외에 과시했다.


그는 2013년 3월 중국 국가주석 첫 해외 일정으로 모스크바를 국빈방문한 뒤 작년 10월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까지 모두 10차례 러시아를 방문했다. 이번이 11번째 방문으로, 단일 국가로는 러시아를 가장 많이 찾았다.

국빈방문은 2023년 3월 이후 2년 만이고,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참석은 승전 70주년이던 2015년 이후 10년 만이다.

두 정상은 그간 40여 차례 만났으며 작년에만 중국·카자흐스탄·러시아에서 세 번 마주 앉으며 '신냉전 시대' 속 밀착을 과시했다.

이날 중국 관영매체를 통해 소개된 오전 소인수 회담과 오후 확대 회담, 공동 기자회견 내용은 작년 5월 푸틴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했을 당시에 비해 '다자주의'에 더 무게를 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던 작년 회담이 끝난 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상황 조정(regulate)' 역할을 인정했고, 시 주석은 '균형있고 효과적이며 지속가능한 새로운 안보 프레임 구축'을 전쟁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가 본격화하고, 미중 무역 갈등이 글로벌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올해 중국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행태를 비판하고 글로벌 정치 무대에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현재 국제적 일방주의와 조류를 거스르는 강권(强權·패권)적 괴롭힘 행위를 맞아 러시아와 함께 세계 강대국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라는 특수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며 미국을 간접 비판했다.


이어 "중러 양국은 계속해서 굳게 함께 서서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시스템과 국제법을 기초로 하는 국제 질서를 단호히 지키고,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를 지속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중국이 미국과 관세 전쟁 국면에서 당장의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국제적 여론몰이에 힘쏟는 행보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이 한 수 접어줘야 했던 '트럼프 1기' 시절 무역 분쟁 때와 달리 경제적 체급이 한층 커졌고, 미국의 국내외 지지세가 약한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라는 것이다.

다만 소인수·확대 회담까지 푸틴 대통령은 미국을 겨냥한 공세보다는 중러 양자 관계와 경제 교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과 회담이 매우 생산적이었다며 양국 관계가 "역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양국이 주요 국제 문제에 대해 공통되거나 비슷한 접근법을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 관계의 원동력은 에너지"라며 러시아가 중국에 대한 석유 수출을 주도하고 최대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중국 간 새로운 에너지 부문 계획이 추진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러시아가 세계 최대 중국 자동차 수입국이 됐다며 "러시아 내 중국 자동차 생산시설의 설립과 산업 기술 이전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산물의 중국 공급을 확대할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거론한 '다자주의'와 관련해서도 "우리 중국 친구들과 함께 역사적 진실을 확고히 지키고 전쟁 시기 사건의 기억을 보호하며 신(新)나치주의와 군국주의의 현대적 발현에 대응한다"며 미국보다는 우크라이나 비난에 집중했다. '신나치 세력' 퇴치는 러시아가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의 명분 중 하나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 이어 공식 오찬과 티타임 및 시 주석의 나흘간 국빈방문 일정 동안 공식·비공식 대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관세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더 논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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