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韓 조선업, ‘트럼프 효과’ 기대…美 현지화·인력난 등 숙제도

2025-05-03 (토) 02: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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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10년내 250척 선단 추진…美해군 연 10조원 전함 MRO ‘일감’

▶ 무협 “낙후된 현지 인프라·숙련공 부족·높은 생산비 등 극복 과제”

韓 조선업, ‘트럼프 효과’ 기대…美 현지화·인력난 등 숙제도

한화오션이 국내 최초로 수주한 미국 해군의 함정 유지보수 및 정비 사업을 마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가 출항했다. 사진은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호가 함정 정비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출항하는 모습. 2025.3.13 [한화오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가 조선 분야 협력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가운데 한국의 조선업 부흥을 위해서는 미국 현지 투자의 한계와 국내 인력난 극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한국시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미국 조선 산업 관련 정책 주요 내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한국은 6년 연속 중국에 이어 수주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작년 한국의 수주 점유율은 16.7%로, 1위 중국(70.6%)에 크게 못 미쳤고, 3위 일본(4.9%)에는 크게 앞섰다.


한국 조선업은 핵심 수출 품목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및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지난해 수출이 전년 대비 17.6% 증가한 256억4천만달러(약 36조원)를 달성하는 등 반등했다.

보고서는 최근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대해 입항료를 부과하고, 자국 조선업 보호·육성을 위해 관련 정책·입법에 나서고 있어 한국 조선업에 기회가 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최근 미국 상원과 하원의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은 지난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된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을 다시 공동으로 재발의했다.

이 법안은 세제 혜택과 펀드 설립 등을 통해 조선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10년 안에 미국 국적 선박 250대로 구성된 선단을 구성하기 위한 '전략적 상업 선단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특히 외국에서 건조된 선박도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으로 간주하는 단서 조항이 달려 미국이 협력을 희망하는 한국 조선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련 보도에서 한화오션이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도 주문량이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법안에는 군용·상업용 선박 건조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조선업 투자에 대한 25% 세액 공제 및 금융 인센티브 신설 방안 등도 포함됐다.


무협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이 한국과 조선 분야 협력 의사를 보이면서 ▲ 유지·보수·정비(MRO) ▲ LNG선 ▲ 군함 건조 등 3대 분야 협력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회계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미국 해군이 전개 중인 전함은 149척에 달하며 이들 전함 MRO 사업에 지출되는 예산은 연간 60억∼74억달러(약 8조8천억∼10조8천억원) 규모다.

그러나 급증하는 MRO 수요에도 국내 조선소 부족, 설비 노후화 등 문제로 미 해군은 자국 MRO를 일본과 한국 등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먼저 미군과 함정정비협약(MSRA)을 맺은 데 이어 작년 7월에는 HD현대중공업와 한화오션 등 한국 기업이 미 해군과 MSRA 협약을 체결하는 등 미 해군 MRO 시장에서 급부상 중이다.

한화오션은 올해 최대 6척, HD현대는 올해 2∼3척의 MRO 수주를 목표로 설정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미국 조선·MRO 시장이 한국에 활짝 열리면 조선 대기업뿐 아니라 협력업체에도 혜택이 돌아가면서 'K-조선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석유·가스 생산 확대를 추진하면서 LNG 수출 승인을 재개하고 총 440억달러(약 64조3천억원) 규모의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LNG 운반선, 해양 석유시추선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도 한국 조선업에는 기회 요인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미 해군이 신규 함정 조달을 위해 2054년까지 연평균 약 300억달러(한화 약 42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것으로 미 의회예산국(CBO) 분석에서 나타나면서 한국 조선업 부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 내 일각에서 자국 조선업 보호 여론, 일부 정치권의 반발, 군사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 등도 있어 협력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는 조심스러운 시각도 존재한다.

무협은 한국 조선업계는 미국 투자를 포함한 현지화 전략을 검토하고 있으나 낙후된 조선 인프라 및 공급망, 숙련 인력 부족, 높은 생산비 등 현실적 한계도 상존한다고 짚었다.

특히 철강, 엔진, 발전기 등 수입 소재·부품에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 경우 생산비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아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국내 조선업계는 수요 편중, 인력 불균형, 기술 투자 정체 등 구조적 한계로 대외 수요 증가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MRO 역량 강화와 연구개발(R&D) 인력 확충, 세제·예산 등 정부의 전략적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부흥의 기회를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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