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틴, 전승절 휴전 일방적 선언
▶ 또 ‘트럼프 경고’ 직후 선포
▶ 우크라 “진의 의심”… 30일 휴전 촉구
▶ 백악관 “트럼프, 영구적 휴전 원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6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참석 전 단독 회동을 하고 있다. [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연휴인 다음 달 8∼10일(현지시간) 사흘간 휴전한다고 28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크렘린궁은 이날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푸틴 러시아연방군 최고사령관의 결정에 따라 러시아는 인도주의적 고려를 바탕으로 승전 80주년 기념일 동안 휴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휴전 기간은 5월8일 0시부터 10일 밤 12시까지 총 72시간이라고 크렘린궁은 설명했다. 5월9일은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공휴일이다. 승전 80주년을 맞는 올해 러시아는 목요일인 5월8일부터 연휴에 들어간다. 크렘린궁은 “이 기간 모든 군사 행동이 금지된다”며 “우크라이나는 이 모범을 따라야 하며 우크라이나 측이 휴전을 위반하면 러시아군은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미하일 셰레메트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원은 타스 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승절 기간에 도발과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크렘린궁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국제 파트너들과 건설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목표로 전제조건 없는 평화 회담이 준비됐다고 재차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깜짝 휴전’ 선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아마도 그는 전쟁을 중단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러시아에 2차 제재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한 뒤 나왔다.
하지만 휴전 선언 시점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연결 지어보면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종전 협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과 경고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푸틴은 지난 며칠간 민간 지역과 도시, 마을에 미사일을 쏠 이유가 없었다”며 “아마도 그는 전쟁을 중단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 ‘2차 제재’ 등을 거론하며 “그가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한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고 경고했다. 제3자 제재라고도 불리는 2차 제재는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기업이나 개인까지 제재하는 강력한 조처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중순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중재에서 발을 뺄 수 있다고 경고하자 하루 만인 19일 일방적인 ‘부활절 30시간 휴전’을 선언했다. 이런 식으로 임시 휴전을 선언함으로써 전쟁 중단에 대한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고, 무조건적인 전면 휴전은 아니더라도 대화나 종전 협상에는 의지가 있음을 국제사회에 드러내 보이려는 것이다. 미국이 압박할 때마다 일시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함으로써 미국과 협상의 문이 닫히지 않도록 ‘임시방편’으로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부활절 휴전 당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교전이 그치지 않아 유명무실했던 점을 고려하면 내달 초에도 실질적인 휴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측도 러시아의 전승절 휴전에 대한 진의를 의심한다.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은 텔레그램에서 “휴전 없는 러시아의 평화 선언은 모두 거짓말”이라며 “러시아는 전선에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현재도 우크라이나를 (이란) 샤헤드 드론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도 엑스(X·옛 트위터)에서 “러시아가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즉시 휴전을 해야 한다”며 “왜 5월8일까지 기다려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지속 가능하고 포괄적인 휴전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최소 30일 동안의 휴전을 지속해서 제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기자들에게 “그는(트럼프) 양국 지도자들에 대해 점점 더 불만을 느끼고 있다”며 “그는 영구적인 휴전을 원한다. 살인을 멈추고 유혈 사태를 중단하기 위해 먼저 영구적인 휴전을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