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협상카드로 옥수수·대두 수입 확대 검토
2025-04-26 (토) 12:00:00
류호 기자
일본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 카드로 옥수수·대두 수입 확대 방안을 검토한다. 미국과 관세 전쟁 중인 중국의 미국산 수입 물량을 가져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다는 구상이다. 미중 갈등을 하나의 협상 전략으로 활용하려는 셈이다.
25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미일 관세 협상을 염두에 두고 관계 부처에 국내 옥수수 수요 상황을 극비리에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산 옥수수 수입량을 늘려 지속가능항공유(SAF)나 가축 사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일본의 최대 옥수수 수입국은 미국이다. 지난해 미국산 수입량은 약 1,150만톤(t)으로 4,590억 엔(약 4조5,900억 원) 규모다. 이 가운데 70% 이상이 사료용이었는데, 사료용은 모두 무관세다.
그럼에도 일본이 옥수수 수입량을 늘리려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를 바라기 때문이다. 미국산 쌀 수입 확대를 검토 중인 이유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다른 나라의 ‘부정한 비관세 행위’ 중 하나로 농산물 수입 기준을 지목했고, 지난달 3일에는 농민들에게 “미국에서 판매할 농산물을 많이 생산하도록 준비하라”고 적기도 했다. 요미우리는 “미국 측도 SAF 활용을 위한 수입 확대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 상황을 이용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중국이 양국 보복 관세 여파로 미국산 농산물 수입량을 줄여나갈 것으로 판단해서다. 감소한 미국의 수출 물량을 일본이 흡수하려는 것이다.
옥수수와 함께 대두(콩) 수입량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두가 미중 관세 전쟁으로 큰 타격을 받는 농산물이기 때문이다. 대두는 대(對)중국 수출 품목 중 비중이 가장 큰 농산품으로, 2023년 기준 미국 수출량 중 54.3%가 중국으로 갔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145%의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산 대두 수입량을 줄이고 있다. 닛케이는 “미중 무역 마찰로 미국의 대중 수출량이 주는 만큼 일본이 이를 수입해 미국 측 양보를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일본은 다음 달 1일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2차 관세 협상에서 핵심 의제인 자동차 안전 성능 시험 기준 완화와 일본 업체들의 대미 투자 계획 제시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