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재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이르면 내주 ‘양해 합의’할 수도”
▶ ‘관세 역풍’ 관리 필요한 美, 韓과 협의 성과 홍보효과 노리는 듯

(서울=연합뉴스) 한-미 2+2 통상협의 시작.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24일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 산업부 장관, 최 부총리,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2025.4.24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 DC에서 24일 열린 한미 2+2 장관급 통상 협의에서 드러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신속한 협상을 통해 조기에 '가시적' 결과를 만들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날 한미 협의에 참석한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백악관에서 열린 미·노르웨이 정상회담에 배석한 계기에 '다른 나라와의 관세 협상 상황을 설명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오늘 우리는 한국과 매우 성공적인 양자 회의를 가졌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우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며 "우리는 이르면 내주 양해에 관한 합의(agreement on understanding)에 이르면서 기술적인 조건들(technical terms)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인들은 일찍 (협상하러) 왔다. 그들은 자기들의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고 우리는 그들이 이를 이행하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는 '트럼프 관세'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미국의 국내 사정이 투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1월 출범 이후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대한 각 25%의 품목별 관세와 전세계 대부분 국가를 상대로 한 보편 관세 성격의 10% 기본관세를 도입한 뒤 국가별로 차등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발표하고는 잠시 멈춰 섰다.
한국(25%·기본관세 10%+국가별 차등 관세 15%)을 포함한 세계 57개 경제주체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지난 9일 발효한 지 불과 13시간 만에 90일간 유예(중국 제외)하는 한편, 거의 유일하게 대미 보복관세로 맞선 중국과의 전선에 집중했다.
폭풍처럼 도입된 각종 관세가 미국에 인플레이션 심화와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힘을 얻으면서 미국 주식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유예기간 각국과의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폐지 또는 완화하는 대가로 각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비관세 무역 장벽 철폐 등의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90일 유예한 상호관세는 부과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사실상 이를 지렛대로 사용해 각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냄으로써 '트럼프 관세'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금융시장을 안심시키는 동시에, 지지층을 만족시키겠다는 의중이 읽힌다.
특히 그 과정에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 인도, 영국, 호주 등 5개국을 우선 협상 대상으로 꼽아 이들 5개국을 상대로 조기에 성과를 내겠다는 의욕도 엿보였다.
이날 한미간의 2+2 협의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서 한국 경제에 암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호관세 등을 없애야 하는 한국 정부와, 자국 내부에서 '홍보 성과'를 필요로 하는 미국 정부의 이해가 일치하면서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찍 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관심은 이처럼 '동상이몽'인 한미가 적시에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에 쏠린다.
한국 정부는 이날 협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가 끝나는 7월8일까지 패키지 합의 도출을 목표로 하겠다며 '7월 패지키 합의'를 거론했다.
협의에 나섰던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서두르지 않겠다"며 "차분하고 질서있는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협의 과정에서 한국의 정치 일정을 설명하며 미 측에 이해를 요청했다고 밝혀 한미간 합의 시기와 관련해 한국의 '6·3대선'이 변수임을 시사했다.
신속한 합의를 강조한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발언과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다만 베선트 장관이 '이르면 내주'라고 시기를 언급하며 기대감을 드러낸 '기술적인 조건들'과 '양해에 관한 합의' 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 않아 억측과 추정만을 낳고 있는 상태여서 실제 한미간에 온도차가 있는지는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도 이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않고 있어 베선트 장관이 이런 언급을 한 의도와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탐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국 정부는 베선트 장관의 발언이 양국이 주고받을 목록을 담은 실질적인 합의를 만들겠다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재로선 자국 금융 시장과 국민에게 관세 파장을 완화하고 무역 상대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미국이 최종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최대한 쪼개서 성과를 홍보하려 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또 미국으로서도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인 한국의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에서 6월 대선을 거쳐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타국과 중대한 합의를 할 경우 차후에 적잖은 논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안보와 산업, 관세 문제를 포괄하는 이른바 '원스톱 쇼핑'식 해법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상황에서 미국으로선 한국의 과도적 정부와 최종 합의를 하기보다는 한국 새 정부 출범 후 정상회담 등을 통해 큰 틀의 합의를 하길 원할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특히 이날 미측이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의 부담액) 문제를 일절 거론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 점은 그와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 측면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 통화한 결과를 공개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한미 '원스톱 합의'의 일부로 다루길 원한다는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결국 협의 후 한미의 결과 설명을 액면만 보면 합의 시기를 둘러싼 양측의 '온도차'가 감지되지만 실제로는 향후 일정을 둘러싸고 큰 이견이 없을 수 있어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