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긴급진단/재외선거법 이대론 안 된다] 지지 모임·광고까지 불법이라니… ‘재외국민 차별’

2025-04-24 (목) 12:00:00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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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규제 위주 법 바뀌어야
▶ ‘투표권’만 부여, 선거 활동은 사실상 금지

▶ “표현 자유·정치참여 권리 과도하게 침해”
▶ 한인들 “같은 국민인데 원천적 차별” 성토

[긴급진단/재외선거법 이대론 안 된다] 지지 모임·광고까지 불법이라니… ‘재외국민 차별’

현행 공직선거법이 재외국민을 원천적으로 차별하고 있어 이를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LA 총영사관 재외선거 등록 창구 모습. [박상혁 기자]

6·3 조기대선을 위한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 마감이 오늘(24일)로 다가오면서 재외선거가 한인사회의 현안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재외 한인사회에서 한국의 현행 재외선거법의 불합리성과 독소 조항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관련 선거법이 시급히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2009년 개정된 공직선거법을 통해 도입된 재외선거제도가 그동안 6차례나 재외선거를 치르는 동안 재외국민들에 대한 차별적 조항들과 손쉬운 투표권 행사를 막는 투표 방식 등 수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돼 왔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2대 조기대선 재외선거를 앞두고 2회에 걸쳐 재외선거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긴급 진단한다.

해외 한인사회에서는 현행 선거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재외국민에 대한 차별’을 지적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은 부여했지만, 재외국민의 선거운동이나 지지 활동 등은 사실상 전면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재외선거 규정에 따르면 재외선거 기간이 시작된 날로부터 선거일까지 사이 기간 중 선거와 관련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모임이나 홍보 광고 등은 전면 금지돼 있다. 또 정당 인사 또는 후보자의 해외 방문 유세도 불허된다. 재외공관의 선거 관련 자료 배포도 극히 제한적이다.


게다가 재외선거법 위반 시 처벌 수위도 높다.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위반할 경우 여권 발급 제한, 입국금지 등 행정조치와 함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공소시효 역시 해외는 5년으로, 국내보다 훨씬 길다. 이처럼 강력한 제재는 많은 재외국민들을 ‘범법자’로 만들 위험이 있으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재외선거 당시 미국 거주자 장모씨가 공직선거법 재외선거 관련 불법 선거 광고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했고, 중앙선관위는 여권 반납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 한인 인사는 “이러한 규정들은 재외국민들에게 투표만 허용하되 선거 관련 활동은 전혀 못하게 하는 수준”이라며 “똑같은 한 표 행사 권리를 가진 재외국민들을 원천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외선거에 있어 특정 후보 지지 활동을 금지하는 이유로 다음과 같은 점을 들고 있다. 각 국가마다 자금력 및 인프라 차이에 따른 선거 불균형 우려가 있고, 재외선거가 실시되는 해당 국가의 정치적 민감성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으며, 재외선거의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가 재외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정치 참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선거운동은 하지 말고, 투표만 하라”는 식의 제한은 유권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갑작스러운 이번 조기 대선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앞으로의 재외선거에서는 ▲등록된 지지 모임에 한해 일정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정당 및 후보자의 정책 설명과 홍보 활동 제한을 완화하며 ▲각국 실정에 맞춘 유연한 대응 체계 마련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인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 단체장은 “재외국민도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자 유권자다.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하는 방식이 아닌, 책임 있는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재외선거법 개정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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