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 넘은 전원합의체 신속 회부 이어 이틀만에 속행…결론 크게 3가지 가능성 거론
▶ 쟁점 돌출·대법관 이견 등 돌발변수 고려해 ‘일단 빨리’ 진행 전망…합의시점 관심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심리에 이례적으로 속도를 내면서 향후 이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23일(이하 한국시간) 대법원에 따르면 전원합의체는 오는 24일 이 전 대표 사건의 속행기일을 열기로 했다.
전날 이 전 대표 사건을 소부에 배당했다가 곧바로 전합에 회부하고 오후 첫 심리를 진행한 데 이어 두 번째 검토에 곧바로 나서는 것이다.
이런 상황 전개는 통상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 과정에 비춰볼 때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행보의 연속이다.
통상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 달에 한 번 심리를 연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의 경우 한 달에 두 번 심리한다. 다만 속행기일은 언제든 잡을 수 있다.
하지만 통상 전합 사건의 경우 재판연구관들의 검토를 토대로 대법관들에게 보고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속행기일을 바로 잡는 것은 흔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건에 관해서는 연구관들의 검토가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직후부터 사실상 내부적으로는 이뤄져온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접수 이후 상고이유서 제출 등 본격화까지 시간이 꽤 지난 상태다. 사건 자체는 접수 후 정식 검토가 이뤄지지만 당연히 상고심 접수가 예상되는 사건의 법률적 쟁점에 관한 기본적 검토는 가능하다. 따라서 이런 일종의 '기초 보고서' 같은 기초적 검토 내용을 토대로 전합이 더 신속히 심리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대법원 입장에서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단 최대한 빨리 기일을 잡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사건이기는 하지만 본격 접수 이후 검토 과정에서 다른 쟁점이 튀어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전원합의 과정에서 대법관 사이에 이견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른 시점에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일찍 논의에 착수해 합의를 이뤄가면서 그 다음 수순으로 유무죄 판단 등 결론에 관한 방향을 정해 심도 있는 검토에 들어가게 된다.
통상 전원합의체는 매달 한 번, 매월 셋째주에 전원합의를 한다. 전원합의를 하는 날 선고가 이뤄진다. 선고는 통상 목요일에 내려지며 판결문은 이틀 전에 초안을 작성해 수석재판연구관의 감수를 거쳐 대법원장에게 보고된다.
이번 달의 경우 지난주에 전원합의가 열렸다. 그런데 이 전 대표 사건의 경우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도를 고려해 22일에 이어 24일에도 심리 진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첫 심리에서는 절차에 관한 논의와 합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깊이 있는 논의를 하기에는 물리적 여건이 되지 않아 신속히 후속 기일을 잡은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24일에는 절차 외에 쟁점에 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원합의체는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인 노태악 대법관의 회피 신청에 관해서도 신청을 받아들이는 인용 결정을 내렸다. 노 대법관은 선거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선관위원장이 선거법 사건을 심리할 경우 이해충돌 우려 등 우려가 있어서 회피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피에 따라 이 사건은 조 대법원장과 나머지 전체 대법관이 심리하게 된다. 사법행정을 이끄는 법원행정처장도 제외돼 대법관은 12명이 참여하게 된다.
두 번째 기일부터는 사건의 실체적 쟁점에 관한 본격 논의가 예상된다.
대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이 전 대표가 2021년 방송 등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한 발언과 성남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을 받았다고 한 발언의 해석과 해당 발언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을 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 등 두 가지를 쟁점으로 보고 있다.
24일에는 이와 관련한 연구관 검토 내용이 제시되고 대법관들이 실체적 부분에 대한 검토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대표 측에서 답변서를 통해 '상고심은 법리에 잘못이 있는지를 살피는 법률심인데 검찰에서는 사실오인 주장을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은 상고심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상고심 대상에 해당하는지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의 예상 가능한 결론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가 거론된다.
선고할 경우 상고 기각(무죄 확정), 파기환송(유죄 취지)이다.
대선 전까지 선고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절차 진행에 관한 결정 형태로 '재판 정지'를 선언하는 방안이 제3의 방안으로 얘기된다.
다만 선고 가능성의 경우 '만약 합의가 된다면'이라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대법은 2심 판결과 상고이유서, 답변서 등을 종합 검토한 뒤 상고 기각으로 무죄를 확정하거나 파기환송으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내게 된다.
대선 전에 선고하지 못하면 대법원은 만약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를 적용해 재판을 정지할 것인지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전원합의체 기일이 추가 지정되며 심리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대선 전에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위법하다고 보고 파기할 경우에도 법률심인 상고심 특성과 2심에서 무죄 판결로 양형에 대한 검토를 한 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법원이 스스로 양형까지 확정하는 파기자판을 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대법원이 이 같은 중요 사건에 파기자판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울러 특별히 이 전 대표 사건에서만 파기자판을 할 이유가 없고, 혹시라도 스스로 판결했다가 뒤늦게 사실관계 등에 관한 오인이 있을 경우 그 결과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써 가면서 굳이 파기자판할 이유가 없다는 관측이 많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