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위반 기록 없는데
▶ 트럼프 강경책 ‘희생양’
▶ ‘제멋대로’ 취소 속출에 유학생 잇단 소송 제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강경 이민정책 속에 한인들을 비롯한 미국내 유학생 수백명의 학생비자가 취소돼 추방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번에는 범죄는 물론 어떠한 위반 경력도 없는 한인 대학교수의 비자까지 돌연 취소돼 하루아침에 미국을 떠나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더욱 강화된 이민 규제와 자의적인 비자 심사 방침이 현실화되면서 이처럼 정당한 절차 없이 비자가 취소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일부 피해자들은 부당한 비자 취소에 맞서 행정부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전에 돌입하고 있다.
휴스턴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한국 국적 교수의 비자가 갑작스럽게 취소돼 담당하던 수업을 마무리하지 못하게 됐다고 휴스턴 크로니클 등 지역 매체들이 16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작년부터 이 대학에서 수학 강의를 해온 전형선 박사는 학생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학기 남은 기간 동안 다른 교수가 제 수업을 이어받게 됐다”며 “15일 수업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15일 휴스턴대 대변인은 “최근 다른 기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이유로 교수의 비자가 취소됐다”고 확인하고 “다른 교수진이 유사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대변인은 전 박사가 담당하던 고급수학 강의는 다른 강사가 맡게 됐다고 전했다.
전형선 박사의 비자 취소에 대한 소식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게시되면서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게시물에는 수십 명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댓글을 통해 전 박사를 지지하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게시물에 따르면 전 박사는 OPT 과정을 통해 교수직을 수행했으며, H-1B 취업비자 발급 지연으로 다른 대학원에 등록해 F-1 비자를 발급받은 것이 문제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네티즌은 “연방 정부가 대학의 연구비 지원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기회도 주지 않고 학생을 포함해 교수까지 추방해 버리는 상황에서 우리는 완전히 지쳤다”며 “미국 교육의 질은 크게 떨어질 것이고 이로 인해 경쟁국들이 이득을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합법적인 비자 소지자에 대한 잇따른 취소 조치에 대응해 일부 유학생들이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15일 중국 매체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UC 버클리와 카네기멜론대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4명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또 조지아주의 에모리대와 조지아텍 등에서 일방적으로 비자 취소를 당한 17명의 학생들도 연방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중국인 유학생들을 대리해 소장을 접수한 더헝 로펌 주커량 변호사는 “11일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긴급히 소장을 제출했다”며 “정부가 청문 절차나 통보 없이 ‘국가 안보’라는 이유로 비자 신분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철회된 교통벌금이나 가족 분쟁 등 부적절한 사유를 근거로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했다”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절차와 평등 보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로펌은 “이번 사안은 같은 피해를 입은 모든 유학생을 위한 소송”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성명을 통해 “비자 취소 대상자의 대부분이 중국 본토 출신으로, 차별적 성격이 분명하다”고 비판하며 “이런 방식이 계속된다면 미국 유학생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원칙적으로 비자가 취소된 유학생은 즉시 출국하지 않으면 불법 체류자가 될 수 있으며, 재비자 신청 시 거절당할 가능성도 높아져 향후 미국 내 학업이나 취업 기회 자체가 사실상 봉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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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