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틱톡 인기로 우리 성장세 크게 둔화…인스타 인수안됐으면 지금처럼 안돼”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3일 연속 메타의 반독점 재판에 섰다.
저커버그는 16일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열린 메타 반독점 소송 재판 셋째 날에도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연방거래위원회(FTC) 측 변호인으로부터 지난 이틀간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 경위 등에 대해 추궁받은 그는 이날에는 자신의 변호인 심문에 답하며 메타가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고, 그동안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부각했다.
메타가 경쟁 대신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를 통해 소셜미디어(SNS) 시장을 불법적으로 독점하려 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그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2018년 등장했을 때 메타에 "매우 긴급한 경쟁 위협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틱톡 인기로 우리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했다"며 "이는 매우 긴급한 사안이었고, 수년간 우리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또 "틱톡이 현재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저커버그는 메타가 틱톡, 유튜브, 애플의 아이메시지 등과 상당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하며,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는 기술 회사로서는 경쟁자 제거가 아닌 일상적인 사업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이 인수가 안 됐다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인수를 통해 인스타그램은 훨씬 더 좋은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온라인 플랫폼을 수억∼수십억 명의 사용자로 성장시키는 것은 더 큰 회사의 지원 없이는 매우 어렵다"며 틱톡과 유튜브도 각각 바이트댄스와 구글이라는 대기업 소속이라는 점을 예로 들었다.
아울러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짧은 동영상 기능 '릴스'를 추가한 것도 상당 부분 틱톡의 성장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재판에서는 미국에서 인기 있는 SNS 스냅챗을 메타가 2013년 60억 달러에 인수를 제안했다가 스냅이 거절한 사실도 드러났다. 저커버그는 스냅에 대해서도 당시 인수가 됐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커버그에 이어 메타의 2인자였던 셰릴 샌드버그 전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샌드버그는 2008년부터 2022년까지 메타에 있으면서 COO로서 중요 의사 결정에 참여했다.
샌드버그는 이날 FTC 측 변호사들이 메타가 불법적으로 경쟁을 억누르려 했다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저커버그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증언을 마지막으로 3일간 약 10시간 동안의 법정 출석을 마쳤으며 샌드버그의 증언은 다음 재판에도 이어진다.
약 두 달간 진행될 이번 재판에서 메타가 SNS 시장을 불법적으로 독점했다는 판결이 나오면 메타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서 전날 저커버그가 이번 재판을 앞두고 지난달 말 FTC 앤드루 퍼거슨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반독점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4억5천만 달러(6천428억원)를 지불하겠다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