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반유대주의 근절 명분 ‘문화전쟁’에 첫 공개 반발
▶ 90억불 지원·면세 박탈 위협
명문대학의 상징과도 같은 하버드대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문화 전쟁’의 한복판에서 정면 충돌했다. 하버드대가 연방 지원금의 돈줄을 앞세운 ‘정책 변경 압박’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자, 트럼프 행정부는 실제로 천문학적 금액을 동결하며 반격에 나섰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지난 14일 교내 커뮤니티에 보내는 글에서 “우리 대학은 독립성이나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놓고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근절 등을 명분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해 온 조치사항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가버 총장은 트럼프 정부가 연방 기금 지원을 유지하는 대가로 기존 요구 조건을 넘어서는 조건부 학칙 연장을 요구했다며 “이는 반유대주의를 협력적이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리와 협력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 어떤 정부도 사립대학이 무엇을 가르칠 수 있는지, 누구를 입학시키고 고용할 수 있는지, 어떤 연구와 탐구 분야를 추구할 수 있는지 지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연방 정부 내 ‘반유대주의 근절을 위한 합동 태스크포스(TF)’는 몇 시간 만에 성명을 내고 하버드대에 수 년간 22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과 6,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하버드대는 지난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학생들을 주축으로 한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 이후 백악관의 공격 대상이 된 명문대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TF를 구성하고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 등 ‘반유대주의 사건’이 발생한 10개 대학 캠퍼스를 방문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하버드대에 대해서는 최대 90억 달러 규모의 연방 기금 지급 및 계약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재정 관계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9가지 조치 실행’을 요구했다. 여기에는 다양성·평등·포용(DEI) 프로그램 폐지, 입학 규정 변경, 이념적 견해를 이유로 특정 학생, 교수진 ‘세력’ 채용 및 억제 등이 포함됐다. 다른 대학들에도 비슷한 기금 중단 압박과 함께 DEI 폐지 등 정책 변화를 요구했다. 이 가운데 명시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거부한 것은 하버드대가 처음이다. CNN 방송은 “하버드대의 결정이 다른 고등교육기관들의 연쇄 반발로 이어지는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날 곧바로 TF의 조치가 이어진 데서 보이듯 트럼프 행정부 역시 강경한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1일 백악관에서 오찬을 마친 뒤 하버드대에 지급하는 연 90억 달러를 모두 끊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태평한 말투로 “아예 돈을 안 주면 어떠냐. 멋질 것 같지 않냐”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15일에는 하버드대에 대해 ‘면세 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만약 하버드가 계속해서 정치적이고 이념적이며 테러리스트의 영감을 받거나 (테러리스트가) 지지하는 ‘질병’을 계속해서 추진한다면 아마 하버드는 면세 지위를 잃고 정치 단체로 세금이 매겨져야 할 것”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