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마켓 때 아닌 ‘특수’
▶ 카드 결제로 ‘일단 사자’
▶ 미국산 제품까지 오를 것
▶ 5일 보편·9일엔 상호관세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관세와 상호관세 시행으로 수입품에 대한 가격 상승이 현실화되면서 한인은 물론 미국 소비자들이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수입품에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한다고 2일 발표한 이래 한인사회는 물론 미국인들이 사재기에 나섰다.
월스트릿저널(WSJ)은 미국인들이 TV, 간장, 운동복 등 온갖 물건들을 장바구니에 담기 바쁘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한인들도 한국산 제품이 오른다는 소식에 한인마켓에서 한국산 식품을 쟁여놓고 평소 선호하는 한국산 제품 구입 등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한인마켓 관계자들은 지난 주말 마켓을 찾은 한인들이 평소보다 더 많았다고 전했다.
지난 4일 한인마켓을 찾은 주부 장모씨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오는 9일부터 대폭 오른다는 소식에 가족들이 좋아하는 만두와 햇반, 김치 등 각종 냉동식품과 간장 등 한국산 식품을 많이 구입했다”며 “경제적으로 여력이 있었다면 더 많이 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인 박모씨 부부도 5일 서둘러 삼성 갤럭시S25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박씨는 “원래는 올해 말쯤 스마트폰을 교체할 계획이었다”며 “지금도 비싼 스마트폰이지만 관세로 가격이 수백달러 더 오르기 전에 교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WSJ은 슈퍼마켓과 전자제품 상점 등에서 많은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을 피하기 위해 카트에 물건을 가득 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는 이같은 사재기 현상에 4월 미국인의 크레딧카드 사용규모가 역대급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은 가격대가 높은 TV와 냉장고, 세탁기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전제품 체인인 베스트바이를 비롯, 코스코에도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학교 교직원인 노엘 페게로(50)는 관세 소식을 듣고 2일과 3일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정원 가꾸기용 도구와 다른 가정용 물품들을 구입하는 데 3,000달러 이상을 썼다고 WSJ에 전했다.
그는 뉴욕시 퀸스의 한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TV를 구입해 미니밴에 실으면서 “지금이 사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원하는 TV 제품을 사려고 뉴욕 지역에 있는 다른 매장 두 곳에 가봤으나 이미 매진이었고 퀸스 매장에 전화해 보니 딱 하나 남았다고 하길래 “제발 남겨놓아 달라”고 사정해서 겨우 샀다고 최근 사재기 분위기를 전했다.
WSJ에 따르면 억만장자 사업가이며 TV 출연자인 마크 쿠번은 2일 소셜미디어 블루스카이에 글을 올려 팔로워들에게 사재기를 하라고 권유했다.
그는 “치약부터 비누까지, 보관할 공간만 있다면 뭐든지 사놓으라”며 상점들이 지금 갖고 있는 재고가 떨어져서 새로 수입품을 주문해 재고를 채워넣으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점들은 제품이 설령 미국산이라도 가격을 왕창 올리고 관세 탓이라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은 코로나19 시기의 물가 인상은 소비자들이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지만 관세 부과는 그렇지 않다며, 농수산물, 의류, 전자제품, 자동차 등 많은 상품들의 소비자 가격이 오를 공산이 크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미시건대의 3월 소비자 태도 조사에서도 미국민은 관세발 물가상승을 예상했다. 2월에 전달 대비 물가상승률이 둔화한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2일 트럼프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그 전까지 관세 소식에 신경을 그리 쓰지 않고 있던 이들 중 많은 수가 현실을 깨달았다고 윌리엄앤드메리대의 경제학 겸임강사인 피터 애트워터는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한다고 발표한 10%의 기본 관세는 앞서 5일 발효됐다. 오는 9일부터 2단계로 국가별 상호관세(10%+알파)가 추가로 발효된다. 이에 따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9일 0시1분을 기해 10%에서 25%로 올라간다. 한국산 제품이 많이 생산되는 베트남 등의 관세도 일제히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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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