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헌재, 포고령 사실상 ‘전부 위헌’ 판단… “민주주의 원칙 위반”

2025-04-04 (금) 09:26:43
크게 작게

▶ “정당활동 자유 침해”…언론 통제는 “비판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

▶ 尹측 ‘집행 계획·의지 없었다’ 항변했지만…헌재 “믿기 어렵다”

헌재, 포고령 사실상 ‘전부 위헌’ 판단… “민주주의 원칙 위반”

(서울=연합뉴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입장해 있다. 2025.4.4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는 12·3 비상계엄 당시 발령된 계엄 포고령 1호가 사실상 전부 위헌이며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4일(이하 한국시간)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피청구인은 포고령을 통해 국회·지방의회·정당의 활동을 금지함으로써 국회에 계엄 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 정당제도를 규정한 헌법 조항과 대의민주주의, 권력분립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포고령 중 '국회·지방의회·정당의 활동'과 '집회·시위 등 정치활동'을 금지한 부분(1항)이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제도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라며 위헌성이 특히 크다고 지적했다.


모든 언론·출판이 계엄사령부의 통제를 받도록 정한 3항은 "일반 국민의 비판 자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조치이므로,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업·태업·집회를 금지하거나(4항) 의료인의 본업 복귀를 명령한(5항) 부분도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위헌적이라고 봤다.

포고령 6항은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 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고 정했는데, 헌재는 "선량한 일반 국민과 일상생활에 불편이 의미하는 바가 불분명해 집행기관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아울러 포고령 자체가 계엄법 9조 1항을 어겼다고 봤다. 해당 조항은 계엄사령관이 군사상 필요할 때만 계엄사령관의 특별조치권이 있다고 정하는데, 군사상 필요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계엄사령부는 '포고령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할 수 있으며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했는데, 헌재는 이 부분도 "국가긴급권이 발동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지켜져야 할 영장주의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위헌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 측은 포고령이 계엄에 필요한 형식이었을 뿐 실행을 위한 계획이나 의지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헌재는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이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에게 전화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포고령 내용을 알리도록 지시한 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포고령이 효력이 있으니까 실제로 집행하려고 했고,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작성한 포고령을 검토한 뒤 '야간 통행금지' 조항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는데, 헌재는 "나머지 조항들의 효력 발생 및 집행을 용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윤 대통령 측은 포고령으로 막고자 한 것은 '국회·정당의 반국가 활동'일 뿐이지 '정상적 활동'을 막으려 한 것은 아니라고도 주장했으나 헌재는 "이 사건 포고령은 사실상 국회의 모든 활동을 금지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합뉴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