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순 코골이 아니었네… 수면 앱 켜고 잤다가 ‘깜짝’

2025-04-01 (화) 12:00:00 안경진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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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훈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 한국 수면무호흡증 진료 인원 15만명 돌파
▶ 증상 자각 어려워 미진단 환자도 많을 듯

“코를 전혀 안 골고 자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무슨 코골이 때문에 병원엘 가느냐고 버텼는데, 이토록 심각한 상태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잠잘 때 코를 심하게 골던 이모(64·여)씨는 가족의 성화에 못 이겨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았다. 이전에도 종종 코를 골 때가 있었지만 스스로 느낄 만큼 증상이 심해진 건 폐경 후 체중이 급격히 불어나면서다.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이씨는 잠에서 자주 깨고 낮에 졸음이 쏟아져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생기자 어쩔 수 없이 병원을 방문했다.

■ 단순 코골이와 혼동 쉬워…방치하면 뇌졸중·치매 위험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이 멈추는 무호흡 증상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코골이는 상기도 협착으로 인한 저항 때문에 발생하지만 기본적으로 호흡은 이뤄진다. 반면 수면무호흡증은 상기도가 폐쇄되거나 호흡하려는 노력 자체가 없어 호흡이 이뤄지지 않는다. 수면 중 무호흡이 반복되면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서 뇌가 각성 상태에 들어가 숙면을 방해한다. 아무리 자도 피곤함을 느끼는 건 산소가 부족한 탓이다. 그 결과 과도한 주간 졸림증, 만성피로, 기억력 및 집중력 감퇴, 두통, 불면증 등으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이 생긴다. 장기적으로는 뇌졸중, 알츠하이머 등 뇌질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스스로 수면무호흡증을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대다수 환자들이 가족들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는다. 코골이,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수면호흡장애를 진단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수면다원검사’다. 몸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수면 중 뇌파와 호흡, 산소 포화도, 수면 자세, 심전도 등 전반적인 수면 상태를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다. 원래 비급여 검사였는데 2018년 7월부터 수면무호흡증 및 과다수면 진단을 위한 수면다원검사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되면서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수면무호흡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5만 3802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씨 역시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된다며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보자는 의료진의 권유를 단호히 거절했다. 그러자 김정훈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정훈 교수는 “병원에 오는 대신 집에서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수면 상태를 간편히 점검해 보자”고 제안했다. 취짐 전 앱을 열어 ‘자러 가기’ 버튼을 누르고 스마트폰을 머리 기준 1m 이내에 두기만 하면 수면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AI가 수면 중 호흡음 분석… 민감도 87%·특이도 92% 입증

김 교수가 권유한 앱은 인공지능(AI) 기반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이 수면무호흡증의 사전 선별을 돕기 위해 개발한 ‘앱노트랙’이다. 스마트폰 마이크로 사용자의 숨소리를 포착해 수면의 질을 평가한다. 에이슬립은 서울대병원, 미국 스탠포드 메디컬센터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앱노트랙이 기존 수면다원검사 대비 민감도 87%·특이도 92% 수준의 성능을 갖췄음을 입증하고 2024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등급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다.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법정비급여 사용을 인정 받으며 분당서울대병원 등 주요 병원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앱노트랙을 처방 받은 사용자가 하룻밤 이상 사용한 뒤 내원하면 의사가 이를 확인해 진단·치료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안경진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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