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태문의 <팝송산책>

2025-03-13 (목) 09: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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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

▶ 노래 : Roberta Flack (1)

정태문의 <팝송산책>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 와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노래로 국내에 많은 팬을 소유한 Roberta Flack 이 88세 나이로 지난 2월 24일 우리 곁을 떠났다. 그녀는 따뜻한 목소리에 그녀 특유의 블루스를 첨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창법을 개발하여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은 가수였다. 그녀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는 세대를 불문하고 남녀 노소 여러 층의 팬을 소유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안티 팬이 거의 없다는 얘기이다.



이 노래의 탄생 배경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른 영화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1971년 어느날 업무를 마치고 밤늦게 캘리포니아 고속도를 달리고 있던 중 카 라디오에서 나온 한 노래에 넋을 잃고 말았다. 차를 급히 세우고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누군지 수소문해서 그녀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전화를 했다. “헬로우 안녕하세요. 전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입니다.” 갑작스런 전화에 당황한 로베르타 플랰은 용건이 뭐죠? 라고 반문하자 그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가 이번에 영화 한 편을 감독할 예정인데 그 영화 스토리가 라디오 디제이 관련 영화이므로 여러가지의 음악들이 삽입될 예정인데 당신의 노래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 를 사용하고 싶은데 허락을 바랍니다. 그리고 사용비는 2,000달러를 드리죠.” 그녀는 쉽게 수락하고 한 가지 제의를했다. “현재의 음반 노래 템포가 너무 슬로우해서 약간 템포를 빠르게해서 재녹음 하면 어떻까요”. 그러자 그는 단칼에 거절했다. “ 아뇨 지금 슬로우 템포가 딱 좋아요.” 이렇게 해서 이 노래는 그가 주연 감독한 새로운 영화 ‘어둠속에 벨이 울릴 때’ 엔딩 부분에 삽입되었다.


1971년 이 영화가 상영되자 삽입된 노래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 는 한 순간에 주목을 받았고 이에 Atlantic Records 회사는 싱글판을 부랴부랴 제작하기 시작했다. 사실 제작 음반 회사는 힛트할 노래가 아니라고 단정하고 앨범만 한정판으로 만들고 싱글판은 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이 노래는 순식간에 미 전역을 들썩이게 하였고 빌보드 음반차트에서 6주간이나 정상을 차지하는 영광을 차지했고 음반 판매도 백만장을 훨씬 초가하여 골든 디스크상을 받았다.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은 결과이다. 이 노래가 처음 녹음된 것은 1969년이었는데 배우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이노래를 발굴할 때 까지 근 3년간이나 사장되어 있었다.

이 노래의 성공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972년에 실시된 그래미 상 시상식에서 최고의 대상인 올해의 음반상을 받았다. 이 노래 원곡은 영국 가수이자 작곡가인 Ewan MacColl 이 그의 내연의 연인 포크 송 가수 Peggy Seeger 를 위해 1957년에 만든 노래이다. 그 후 Peter,Paul & Mary, Kingston Trio, Gordon Lightfood , Brothers 4 등이 이 노래를 불렀고 우연히 이 곡을 접한 Roberta Flack 은 그녀가 일하던 카페에서 고정 레퍼토리로 노래했다. 어느날 한 음반 프로듀서가 그 카페에서 지인과 미팅을 하다가 Roberta Flack 의 노래를 우연히 듣고 그녀에게 가수로 활동해 볼 생각 없느냐고 권유하자 그녀의 대답은 “호의는 고맙지만 조용히 살고 싶어요”였다. 허나 프로듀서의 끈질긴 구애에 그녀도 마침내 동의하고 정식으로 Atlantic Records 와 계약을하고 첫 앨범을 1969년 레코딩했다.



녹음날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 는 원곡보다 2.5 배 긴 5.22 초나 되어 다소 지루한 느낌이었다. 담당 프로듀서인 Joel Dorn 은 노래가 너무 슬로우하고 긴 시간이니 줄이면 어떻냐고 하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 No Sir.” 이어 프로듀서는 재차 물었다. 그럼 이 노래가 힛트하지 못했도 좋으냐고 물었지만 그녀의 고집을 꺽지 못했다. 음반 발매 후 3년이 지났지만 판매 성적은 처참했고 음반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 노래를 찾아낼 때 까지 창고 속에서 지내야만했다. 그녀의 마음 고생도 심했다. 그 때 프로듀서의 말을 따라야 했는데… 그러면 힛트하지 않았을까 하면서 후회도 많이 해보았다고 세월이 흐른 후 말하기도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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