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 전역서 드론 337대 격추…91대는 모스크바주에
▶ 새벽 기습에 공항 4곳 마비…친러 행보 미국과 협상 앞 무력시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로이터]
우크라이나가 11일(현지시간) 미국과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대규모 드론 공세를 가했다.
타스, 로이터,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지난밤 러시아 10개 지역 상공에서 337대의 드론을 격추했으며 이 가운데 91대는 모스크바주 상공에서 파괴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매체들은 이번 러시아 영토에 대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이 올해 들어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AP와 블룸버그 등 외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한 2022년 2월 이후 최대 규모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격추된 드론 중 74대는 수도 모스크바를 향해 날아왔다고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이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소뱌닌 시장은 러시아 방공망이 모스크바에 대한 최대 규모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격퇴했다고 설명했다. 모스크바와 그 주변 지역의 인구는 최소 2천100만명으로, 튀르키예 이스탄불과 더불어 유럽에서 큰 대도시권 중 하나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모스크바를 둘러싸고 있는 모스크바주의 안드레이 보로비요프 주지사는 텔레그램에서 이날 오전 4시께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드론 공격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보로비요프 주지사는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가 이후 1명이 추가로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보건 당국은 이번 공격으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18명이 다치고 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보로비요프 주지사는 라멘스코예 지구에서 드론 잔해가 추락해 주거용 아파트 7채가 파손됐으며 여러 대의 차량도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러시아 항공 당국은 도모데도보, 셰레메티예보, 브누코보, 주콥스키 등 모스크바에 있는 공항 4곳의 비행을 보안상 이유로 일시 중단했다. 모스크바 동쪽 야로슬라블, 니즈니 노브고로드 지역에 있는 공항 2곳도 일시 폐쇄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접경지 쿠르스크, 벨고로드, 브랸스크, 보로네시와 러시아 내륙의 칼루가, 리페츠크, 니즈니노브고로드, 오룔, 랴잔주에서도 드론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영토를 장악 중인 쿠르스크주에서 가장 많은 126대가 격추됐다.
이번 공격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만나 종전 구상을 논의하는 회담을 앞두고 이뤄졌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즉각 논평을 내놓지는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드론 공격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군과 방공망이 드론 공격을 잘 격퇴했다고 평가하면서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사회 시설과 주거 건물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군은 군사 목표물을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우크라이나군의 이번 모스크바 공습이 페리둔 시니기로글루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사무총장의 방문을 앞둔 시점이었다며 비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고위 외교사절의 모스크바 방문 때 우크라이나 드론이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로디온 미로시니크 러시아 외무부 키이우 정권 전쟁범죄 감독 특사도 OSCE 대표단 방문을 앞두고 드론 공격이 감행된 데 주목하며 "그들은 러시아와 미국의 대화 재개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