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소영 임상심리학 박사의 강철 멘탈 클래스
우리는 대화 중에 "나 자신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말을 자주 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종종 남의 충고나 의견을 듣기 꺼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타인의 개입을 불편하게 여겨 "내 인생은 내 것이니 간섭하지 말라"는 의미를 돌려 말하는 방식일 수도 있고, "내 감정을 남이 어떻게 이해하겠는가?"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나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라는 믿음은 타인의 애정에 대한 무시와 동시에, 자기 확신과 자만심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말 우리는 우리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을까요?
1999년, 코넬 대학교 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 박사와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 박사는 인간의 자기 평가가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 지를 입증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로 알려진 이 연구는, 사람들의 자기 평가가 실제 능력과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지를 실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연구진은 코넬 대학교 학생들에게 문법, 논리적 사고, 유머 감각과 같은 능력을 테스트하고, 스스로 자신의 실력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 능력이 하위 25%에 속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실력을 평균보다 훨씬 높다고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반면, 상위 25%에 속하는 학생들은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평균보다 낮게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즉,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고, 반대로 전문가일수록 자신의 한계를 더 잘 인식해 과소평가하는 인지 편향(cognitive bias)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 연구는 중요한 사실을 시사합니다. 사람은 무지할수록 자신감이 높아지고, 반대로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기 때문에 자신감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가 될수록 자신감이 낮아지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남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남의 말을 듣기 싫어할수록 우리의 인생에는 어떤 영향이 미쳐지게 될까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면, 잘못된 사고방식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고, 결국 변화 없이 정체되거나 퇴보하게 됩니다.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외부의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없다면,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책과 강연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 사회가 개인의 자아를 강조하는 흐름 속에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과연 자신감만 높이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까요?
오히려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배움을 멈추지 않으며, 타인의 조언을 귀 기울여 듣는 태도를 가질 때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자신감보다는 겸손한 성찰이, 자기 확신보다는 열린 마음이, 진정한 성장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닐까요?
ssung0191@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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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영 임상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