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신균주 논의 자문위 돌연 취소…제약업계 백신 생산 차질 가능성
식품의약국(FDA)이 독감 백신 생산에 필수적인 전문가 회의를 돌연 취소해 백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28일 로이터 통신과 NBC 방송 등에 따르면 FDA는 내달 13일 열릴 예정이었던 독감 백신 자문위원회 회의를 전날 갑자기 취소했다.
이 자문위 회의는 전문가들이 다음 시즌에 유행할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으로 적합한 균주를 논의하는 자리로, 이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FDA가 균주를 선정해야 제약업체들이 백신 생산을 시작할 수 있다.
독감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진화하기 때문에 매년 업데이트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매년 이맘때 열리는 자문위 회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제약업체들은 통상 7∼8월까지 백신 접종이 가능하도록 준비하는데, 이번 백신 회의가 취소되면서 다음 회의는 절차상 일러도 3월 말에나 열릴 수 있게 됐다.
독감 예방접종 옹호단체인 인플루엔자면역회의 회장 리첸 탄은 "백신 균주 결정이 지금보다 훨씬 늦어지면 제조업체들은 생산할 시간이 정말 촉박해진다"며 "만약 3월 말보다 더 지체되면 업체들은 큰 곤경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근래 독감 유행이 심해진 상황에서 이런 백신 생산 지연 가능성은 공중 보건에 대한 우려를 높인다고 미 언론은 지적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비 추정치에 따르면 연중 독감 시즌으로 분류되는 작년 10월부터 이달 22일까지 미국에서 독감에 걸려 앓은 환자는 3천700만∼6천600만명, 이 가운데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48만∼100만명, 사망자는 2만1천∼10만명으로 추정된다.
FDA를 감독하는 미 보건복지부의 대변인 앤드루 닉슨은 성명을 통해 "FDA가 2025∼2026년 독감 시즌에 맞춰 백신 업데이트를 위한 권고 사항을 제조사들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닉슨 대변인은 이번 백신 자문위 회의가 취소된 이유나 향후 일정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미 언론은 최근 FDA의 백신 정책에 일어난 변화가 '백신 회의론자'로 알려진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장관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 아닌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아들로, 케네디가의 일원인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과거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등의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또 지난 26일 백악관에서 열린 첫 각료 회의에서는 미국에서 10년 만에 발생한 홍역 환자 사망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드문 일은 아니다"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