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텔레그래프, 익명 소식통 인용 보도…”푸틴에 강한 메시지 될 것”

2025년 2월 24일 백악관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이 만나고 있다. 2025.2.25.
프랑스가 '핵 억지력'을 독일 등 유럽 동맹국들에게 제공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의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프랑스가 독일에 핵무기를 탑재한 전투기 몇 기를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조치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강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신문에 설명했다.
베를린에서 근무하는 외교관들은 이런 조치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도 프랑스와 마찬가지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압박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으로 출장을 떠나기 전인 지난 23일 밤에 독일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와 통화해 유럽 안보와 우크라이나 방어에 관한 구상을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다음날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전 종전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은 마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3주년 되는 날이었다.
메르츠 대표는 지난 23일 출구조사가 발표된 후 공영방송에 출연해 독일의 안보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해 수십년간 이어져 온 미국에 대한 의존을 종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게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가능한 빨리 유럽을 강화해 단계적으로 미국으로부터의 진정한 독립을 달성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의 운명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총선 이틀 전인 지난 21일 방송 인터뷰에서 메르츠 대표는 "우리는 유럽의 두 강대국인 영국과 프랑스와 함께 핵 공유, 또는 최소한 두 나라의 핵 방위가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메르츠 대표가 예상대로 총리가 돼 프랑스나 영국과의 핵 공유를 추진한다면 이는 수십년간 지속돼 온 독일의 전략적 정책을 바꾸는 일이 된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2007년 독일과 핵무기 공유 방안을 모색하는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이후로도 프랑스는 지속해서 독일과 핵 협력을 논의하려 했으나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 공유 정책에 따라 '핵우산'을 제공해 온 미국과의 관계를 이유로 프랑스의 제안을 거부했다.
프랑스는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영국과는 달리 나토 측에 핵무기 접근권을 허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핵 방위 체계를 유지해 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