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광일 교수
▶ 노화를 부정적으로 보기보단 경험·지혜 축적 과정으로 봐야
불로불사를 연구했다는 진시황의 일화부터, 오늘날 실리콘밸리 기업 오너들이 노화를 막기 위해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한다는 다양한 연구들까지, 노화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전 인류사에 걸쳐 꾸준한 관심을 받아온 주제다. ‘노화의 종말’과 같은 베스트셀러에서도 노화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뛰어넘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누구나 노화를 피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논의는 자연스럽게 주목받는다. 이런 주장이나 연구가 주목받을수록 노화를 질병으로 봐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한다. 인류가 합심해서 극복해야 하는데 질병이 아니면 무엇이냐는 이야기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노화를 공식적인 질병 코드에 등록하려고 시도했으나, 고령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가치관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확대되며 많은 비난을 받았고 결국 철회됐다.
노화에 대한 논의는 그것을 자연스러운 생리적 과정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치료와 극복이 필요한 문제로 볼 것인지의 질문에서 출발해, 고령자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와 연결된다. 또한 이것이 심화되면 결국 연령차별(ageism)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어지게 된다.
연령차별은 특정 연령대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의미하며, 미국의 저명한 노인의학자 로버트 버틀러가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이 불합리하듯, 연령차별 또한 연령이라는 숫자에 근거한 편견이 부당함을 지적하는 용어다. 우리 사회에서도 노인을 폄하하는 표현을 흔히 들을 수 있으며,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를 낡은 사고방식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거나,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고령층은 젊은 세대가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고 인내심이 적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세대 간의 인식 차이는 연금, 정년, 복지 제도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서 더욱 두드러지며,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반을 두고 있다. 노인과 젊은 세대 간의 소통 부재는 오해를 낳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노화를 늦추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은 긍정적인 목표지만, 노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고령자를 사회적 역할에서 배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권리가 제한되어서는 안 되며, 세대 간의 조화를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젊은 세대는 노화를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노년층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동시에 고령층도 현재의 청년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며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세대 간의 격차가 더욱 커지는 만큼, 이를 좁히기 위한 교육과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조차도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이는 세대 간의 갈등이 인류 역사에서 지속적으로 존재해왔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호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
<
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