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약사 이재성씨
▶ 21세때 불의의 교통사고
▶ “환자들 감사 인사 보람 내 경험 누군가 희망되길”
불의의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단하는 큰 역경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공부를 다시 시작한 뒤 만성질환자와 희귀질환자들을 돕는 약사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한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 이재성씨는 “고난을 맞이하는 우리의 태도에 따라 내가 망가질 수도 있고, 또 더 강해질 수도 있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있다.
이씨는 19세이던 지난 2002년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와 버지니아주에 자리를 잡았다. 이씨는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일을 시작했다. 가족과 함께 안정적인 삶을 꾸리기 위해 치열하게 살던 중,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사고를 당했다. 21세 때인 2004년 9월, 12시간 교대 근무를 마친 그는 지친 몸으로 운전하다 졸음운전을 피하지 못했다. 사고 발생 2시간 만에 병원에 이송된 그는 과다출혈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었고, 의료진은 그를 살리기 위해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이씨는 수술 후 28일 동안 깊은 혼수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간절히 그의 회복을 기도했다.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했지만 곧바로 절단된 왼쪽 다리를 보며 절망에 무너졌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였기에 스스로를 탓하면서도 불행이 계속된다는 생각에 억울하고 서러웠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30분 넘게 오열한 후 그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이씨는 “살아있으니 다행이고, 움직일 수 있으니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울기보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시 일어서기로 결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그는 재활 치료와 동시에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2년 동안 90학점 이상을 취득하며 학업에 매진했고, 이후 조지아텍 전자공학과로 편입해 의수·의족 개발을 목표로 학업에 몰두했다. 하지만 인생은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사고 당시 오른팔에도 큰 부상을 입어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아야 했던 그는, 감염 문제로 인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한 약사가 그의 팔 조직을 존스홉킨스 병원으로 보내 분석한 끝에, 특정 항생제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새로운 약물 덕분에 피부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이씨는 “이 경험이 내 삶의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후 이씨는 벨몬트대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약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9년, 마침내 약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국가 인증시험에 합격하며 테네시, 텍사스, 조지아주에서 약사 면허를 취득했다. 면허 취득 후 그는 민간 보험회사에서 임상 약사로 일하며, 만성 질환으로 여러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을 도왔다. 이씨는 “제가 도운 환자들이 감사 인사를 전할 때, ‘내가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거주하며 블루크로스에서 임상연구 약사로 일하고 있는 이씨는 현재 만성질환 및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사전승인 약물평가 업무를 맡고 있다. 이씨는 “단순한 약 처방 검토가 아닌 진단 정보와 검사 결과를 확인해 환자에게 최적의 약물이 처방됐는지 검토하고, 더 효과적인 대안이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며 “환자들과 같은 길을 걸어왔기에 그들의 어려움과 걱정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어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후, 나는 세상을 다시 태어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다”며 “삶의 소중함을 깊이 깨달은 만큼,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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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