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6인 증언 엇갈렸지만… 계엄 재구성 ‘4대 쟁점’ 윤곽

2025-02-22 (토) 12:00:00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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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재 윤 탄핵심판 핵심 쟁점
▶ 6차례 걸친 증인 신문 16명 진술

▶ ‘국무회의’ 한덕수·이상민 엇갈려
▶ ‘정치인 체포’ 홍장원 신빙성 다퉈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오는 25일 최종 변론만 남겨두고 있다. 변론기일은 지난달 14일 1차를 시작으로 10차례 열렸고, 이 중 6차례에 걸쳐 16명의 증인이 출석했다. 채택된 증인은 국회 측 신청 6명, 대통령 측 신청 4명, 쌍방 신청 5명(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포함) 등이다. 홍 전 차장은 처음엔 국회 측, 다음엔 대통령 측 증인으로 이례적으로 2번 증인신문을 받았다. 재판부도 직권으로 1명(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을 채택해 심판정에 세웠다.

일부 증인은 자신의 형사재판을 이유로 진술을 거부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윤 대통령의 위법한 지시 등을 폭로하며 ‘12·3 불법계엄’이 어떻게 준비되고 실행에 옮겨졌는지 재구성하는 데 일조했다.

증인 신문 쟁점은 크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위법성 ▲국회 활동 방해 ▲정치인 등 체포 지시 ▲부정선거 의혹 등 4가지로 요약된다.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위법 여부는 계엄의 절차적·실체적 위법성을 가늠할 핵심 쟁점이다. 계엄법상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지난해 12월 3일 밤 개·폐의 선언이나 안건 상정 등 절차 없이 5분 만에 끝난 회의를 국무회의로 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증인들의 진술은 엇갈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통상 국무회의와 달랐고,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봤다. 국무회의에 참여한 국무위원들에게 직접 계엄선포문을 배포했다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진술과 달리 한 총리는 “계엄 선포 당일 (계엄선포문, 포고령1호, 대통령 담화문 등)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이튿날 출근했을 때 뒷주머니에서 계엄선포문을 발견했지만, 그 경위에 대해선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윤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로 이른바 ‘충암파’로 분류되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그 자리에 있던 국무위원들 모두 국무회의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윤 대통령도 “조사 때 ‘계엄=내란’ 프레임으로 누르니 국무위원들이 그렇게(국무회의가 없었다고) 답한 것”이라고 동조했다.

계엄 당일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 했는지도 중요 쟁점이다. 헌법상 대통령은 국회 해산권이 없고 계엄 상황이라도 보장된 국회 활동을 윤 대통령이 방해하려 했다면 중대한 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대통령이 ‘아직 (계엄 해제)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 단장도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내부로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털어놨다.

반면 이 전 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은 자신의 형사재판을 이유로 윤 대통령 지시와 관련해 입을 꾹 닫았다. 김현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장은 곽 전 사령관에게 “150명이 넘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들어갈 수 없겠느냐”는 말을 듣긴 했지만 “’국회의원’ ‘끌어내라’는 말은 없었고, 150명이 국회의원이란 건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

정치인 등 체포 지시에 대해선, 이를 가장 먼저 폭로했던 홍 전 차장 진술의 신빙성을 두고 국회와 윤 대통령 측이 치열하게 다퉜다. 홍 전 차장은 첫 번째 증인 신문에서 “계엄 당일 날 윤 대통령이 전화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고 말한 게 맞냐”는 국회 측 대리인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다. 여 전 사령관이 자신에게 ‘체포조’를 언급하며 체포 명단을 불러줘 메모했다고도 했다. 이후 조태용 국정원장이 메모 작성 장소나 시점 등이 홍 전 차장 주장과 다르다며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자, 홍 전 차장은 보름 만에 다시 증인으로 출석해 “체포조 명단이 존재한 건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 대상으로 거론된 인사들에 대한 위치추적이 이뤄진 것에 대해선 “정말 불필요하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막판에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홍 전 차장의 ‘체포 명단 메모’에 대해선 “탄핵 공작”이라 공격했다. “(홍 전 차장이) 대통령과 통화한 걸 갖고 대통령의 체포 지시와 연계해 내란과 탄핵 공작을 했다”는 취지다. 계엄 해제 직후 줄곧 ‘부정선거 의혹’을 계엄 배경으로 언급했던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에서도 꾸준히 같은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2023년 10월 선거관리위원회 보안시스템을 점검했던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은 ‘보안점검에서 확인된 기술적 해킹 가능성이 통합선거인명부 조작 등 부정선거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윤 대통령 측의 집요한 질문에 “점검팀에서 점검한 건 보안 시스템에 국한되기 때문에 이를 부정선거와 같이 보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백 전 차장은 또 “당시 국정원이 우려했던 건 선거조작보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선관위 시스템이 마비, 파괴돼 선거를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도 “투·개표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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