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치솟는 계란값에 계란 도둑까지 설친다

2025-02-11 (화) 12:00:00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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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 식당 수백개 털려
▶ 업주 “계란도둑은 처음”

▶ 공급량 모자라 품귀현상
▶ “2년 사이 4배나 급등”

치솟는 계란값에 계란 도둑까지 설친다

계란값이 치솟고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트레이더 조스의 매장에 10일 계란 구입량을 제한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다. [로이터]

조류독감 사태 여파로 계란값이 치솟으면서 ‘계란이 금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도둑들이 계란을 노리기 시작했다. 한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최근 절도범들이 침입해 밤새 수백 개의 계란을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한인 업주는 “살다 살다 계란 도둑은 처음 본다”며, 계란을 비롯한 식재료 가격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 등 소규모 사업자들이 직면한 어려운 상황을 호소했다.

워싱턴주 시애틀 경찰국에 따르면 지난 5일 새벽 4시42분께 한인 업주 박형순씨가 웨스트 시애틀에서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인 루나 파크 까페에 2인조 절도범이 침입해 계란을 훔쳐 날아나는 일이 발생했다고 FOX13 시애틀 등 지역 매체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절도범들은 냉장고에 보관 중이던 387달러 상당의 계란 540개가 들어있는 상자를 훔쳐 달아났다. 뿐만 아니라 계란과 함께 베이컨, 다진 쇠고기, 블루베리 및 액체 계란 등도 훔쳐갔으며, 총 피해액은 약 78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절도범들은 모든 물품을 용의 차량인 흰색 밴에 실어 도주했으며, 한인 업주는 이를 경찰에 신고한 후, 도둑들이 더 많은 물품을 훔쳐 가기 전에 현장을 급히 찾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새벽에 건물주에게 전화가 와 누군가 식당에 침입했다는 사실을 알렸다”며 “내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계란을 도둑맞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건물주의 전화를 받은 박씨는 자신의 카페로 달려갔다. 박씨는 “식당에 도착했을 때 2명의 절도범들이 흰색 밴에 물건을 싣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며 “내가 차를 몰고 식당에 들이닥치자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고 사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씨는 이어 “절도범들이 계란 2상자를 남겨놓고 갔다”며 “식당이 다시 타깃이 될까 두렵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계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를 되파는 일도 횡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15더즌 계란 한 케이스에 120달러”라며 “훔친 계란을 이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면 누구나 사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절도범들이 계란 2상자를 남겨두어서 사건 당일 아침에 식당 문을 열 수 있었지만, 부족한 계란을 구하려고 근처를 돌아다녀야 했다”며, “식재료 가격과 최저임금 상승으로 식당 운영이 힘든 상황에서 계란 도둑까지 등장하니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류독감으로 계란 값이 급등하고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 계란을 노린 절도범들의 범행이 증가하고 있다. 이번 달 초, 펜실베니아의 피트 앤 제리 유기농 계란 농장에서는 약 4만 달러 상당의 계란 10만 개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1억4,000만 마리 이상의 닭, 칠면조 및 기타 조류가 살처분됐으며, 그로 인해 영향을 받은 계란도 폐기처분되면서 공급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유통업체들은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계란 수량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계란 공급 부족으로 계란 가격은 지난해 11월에서 12월 사이에만 14% 상승했으며, 농무부는 올해 계란 가격이 추가로 20%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업주들은 계란값이 지난 2년 사이 4배가 급등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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