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은 음력 1월을, 보름은 음력 15일을 말한다. 정월 대보름은 새해 들어 맞이하는 첫번째 보름이다. 새해 세배는 정월 대보름 지나서는 하지 않았다. 연날리기도 하지 않았다.
설날부터 시작한 새해의 축제는 정월 대보름에 끝난다고 볼 수 있다. 이 기간 중에는 빚 독촉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월 대보름은 겨울에 구할 수 있는 농산물을 재료로 하여 만든 음식을 먹고 놀이를 즐기는 날이었다.
우리민족이 정월 대보름에 음식을 잘 차려 먹고 여러 놀이를 즐긴 것은 농경문화에서 비롯된다. 입춘이 지나 열흘 정도 지나서 맞이하는 정월 대보름은 농한기가 끝나고 잘 먹고 잘 놀고 건강한 신체로 올해 농사준비를 하기 위함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마을 수호신에게 동제를 지내며 질병과 재앙에서 벗어나기를 빌었다. 동제를 통해 마을 사람들의 화합을 도모했다. 풍요의 상징인 둥근 달을 보며 건강과 평안을, 풍년과 공동체의 안녕을 빌기도 했다.
민속놀이로는 깡통 안에 불을 놓아 돌리는 쥐불놀이가 있다. 쥐불을 돌리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했다. 논두렁에 불을 놓아 병충해를 태워 없애기도 하고, 불탄 재는 비료가 되기도 했다.
단체 경기인 줄다리기는 짚으로 만든 동아줄을 왼편, 오른편으로 나눠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자기편 쪽으로 힘을 다해 당겨 상대편을 자기편 쪽으로 많이 끌어오면 이기는 경기로 주민들의 유대감과 협동심을 갖게 했다.
이 밖에도 횃불을 들고 언덕에 올라 가 달뜨는 것을 기다리는 영월(迎月), 다리에 병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다리를 밟는 답교 (踏橋)놀이, 솔가지를 쌓아놓고 불을 붙이는 달집태우기, 집집마다 방문하여 풍물을 쳐주고 뛰어 노는 지신밟기 등 다양한 민속놀이가 있었다. 나와 쥐불놀이와 줄다리기를 함께 하던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립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는 대보름 하루 전날 저녁에는 찹쌀, 검은콩, 팥, 찰수수, 차조로 지은 오곡밥과 시금치, 시래기, 고사리, 콩나물, 고구마순, 호박고지, 가지나물, 무나물, 취나물 등으로 무친 아홉 가지 나물을 주시곤 했다.
날밤, 호두, 잣, 은행, 땅콩을 이로 깨서 먹는 부럼까기도 했다.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바라는 관습에서 나온 것이다. 개인이 바늘 위에 잣을 꽂아 불을 피어 불이 잘 일어나면 올해 개인에게 행운이 깃든다고 했다.
다음은 ‘정월 대보름달‘ 이라는 제목의 나의 졸시이다.
“정월 대보름에/둥근 달을 보니/그리운 사람들 떠오르네//시간과 공간 너머/어디에 있든지 /평안을 비네//저 달처럼 넉넉한 마음으로/모든 것 포용하고/살포시 미소 띈 얼굴로/여유롭게 살고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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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호/국제PEN한국본부 미동부지역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