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범법 불체자 첫 체포… 백악관 사진까지 공개

2025-02-03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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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만명 추정 한인 서류미비자들 전전긍긍

▶ 일부 범법기록 영주권자들도 “불안 가중”

한인 범법 불체자 첫 체포… 백악관 사진까지 공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범법 불체자 체포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불법 체류 중인 한인이 처음으로 체포된 사례가 나오면서 미국 내 한인 이민자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공식 브리핑에서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미국 전역의 지역사회에서 불법 체류 범죄자들을 계속 체포하고 있다”며 “1월28일 애틀랜타의 ICE는 노골적으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묘사한 자료를 소지한 것 등의 혐의로 유죄를 받은 한국 국적자를 체포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도 해당 사실을 게시했다. 게시물에 따르면 해당 한국 국적자는 한인 임모씨로, 그는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로 징역 5년 및 보호관찰 20년형을 받았다.


ICE에 체포된 한국인이 중범죄자이긴 하지만, 범죄 전과가 없더라도 합법적인 체류 자격이 없는 한인 이민자들은 단속·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 신분을 숨길 수밖에 없는 이들의 특성상 제대로 된 통계는 없지만, 관련 단체들은 전체 인구 대비 출신지 비율을 대입하는 방식으로 미 전체 서류 미비 이민자 약 1,100만명 가운데 한국인이 1.3∼1.4% 수준인 14만∼15만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달 21일부터 불법 이민자에 대한 물리적인 단속에 나섰고, 우선은 범죄 경력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해당 지역을 급습해 체포하고 있다. ICE는 또 현장 단속 과정에서 범죄 경력이 없는 불법 입국자를 발견하면 그들도 함께 체포한다는 방침으로 대대적인 수색·단속을 벌이고 있다.

20여년 전에 미국에 관광비자로 입국한 뒤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취득하지 못하고 계속 거주해온 한인 A씨는 “점점 단속 강도가 심해지는 뉴스를 보면서 굉장히 두렵고 위축된다”며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한인들도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들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살 수 있는 만큼은 살아보려고 하지만, 정 안 되면 한국으로 다시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한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정부가 교회나 학교 같은 ‘민감한 구역’에서도 단속을 허용한다는 지침을 발표하면서 일부 한인 교회에는 교인들의 발길이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입양제도 사각지대에 몰려 시민권을 부여받지 못한 한인 입양인 2만여명도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한인단체 관계자들은 전했다.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왔다가 함께 불법 체류 신분이 된 이민 1.5세대 한인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시행된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제도로 합법적인 신분을 얻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1기 행정부 때처럼 이 제도의 폐지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걱정하고 있다.

한인·아시아계 이민자 지원 단체인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의 한영운 오거나이징 디렉터는 “DACA의 경우 법적으로 추방에서 보호되고 취업이 허가되는 신분이긴 하지만, 텍사스주 등이 제기한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트럼프 정부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영주권을 따서 오랫동안 미국에 거주해온 한인 중에도 일부 범법 기록이 있는 경우에는 혹시나 단속 대상이 될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고 법조계는 전했다. 한편 ICE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게시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ICE와 협력 기관들은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불법 이민자 단속으로 총 7,412명을 체포했고 5,956명을 구금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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