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사일 떨어진 줄 알았다”…연이은 항공기 추락에 美충격

2025-02-01 (토) 09: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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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DC 여객기-헬기 충돌 이틀만에 필라델피아서 의료수송기 추락

▶ 멕시코 국적 어린이 환자 등 6명 탑승…주변 주택과 차량에 화염

“미사일 떨어진 줄 알았다”…연이은 항공기 추락에 美충격

필라델피아 의료수송기 추락 현장[로이터]

수도 워싱턴DC에서 여객기와 헬기가 공중 충돌 후 추락해 탑승자 67명이 숨진 지 불과 이틀 만에 필라델피아에서도 소형 항공기가 추락하자 연이은 참사에 미국인들은 애도 속에서도 충격을 감추지 못하게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6명이 탑승한 의료 수송용 소형 여객기가 추락했다.

이 여객기는 당초 미주리주를 경유해 목적지인 멕시코 티후아나를 향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노스이스트필라델피아 공항에서 이륙 직후 487m 고도까지 상승하며 레이더에서 사라진 뒤 건물들이 밀집한 필라델피아 북동부 번화가의 쇼핑몰 근처에 떨어졌다.

이 여객기에는 모두 멕시코 국적인 어린이 환자 한명과 엄마, 그리고 다른 4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기 운영사인 '제트 레스큐(Jet Rescue)'는 "우리는 생존자를 확인할 수 없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취임 10여일 만에 두번째 항공 참사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많은 무고한 영혼들이 희생됐다"고 애도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여객기가 번화가에 떨어지면서 주민들이 혼비백산했다.

여객기는 필라델피아 론허스트 지역의 쇼핑몰인 루스벨트 몰 인근의 통행량이 많은 교차로에 추락했다. 론허스트 지역은 인구 밀집 지역이다.

인근 주택의 현관 카메라 영상에는 여객기가 상공에 흰색 선을 그리며 지상으로 떨어져 폭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주택의 주인인 짐 퀸은 "우리는 큰 굉음을 들었고 어디서 나는지는 알지 못했는데,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연기 기둥이 보였다"라고 말했다.
“미사일 떨어진 줄 알았다”…연이은 항공기 추락에 美충격

필라델피아 의료수송기 추락 현장[로이터]


CNN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추락 직후 거대한 화염이 솟구치는 모습과, 주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이어 주변 주택과 차량에 불이 붙는 장면이 담겼다.

한 목격자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다른 영상을 보면 추락 후 교차로 곳곳에 여객기 파편이 흩어져있고 시뻘건 불길과 함께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큰 소리와 함께 폭발이 발생하자 인근 지역 주민들은 혼비백산했다.

여객기가 지상으로 추락했을 당시 자택에 있던 인근 메이페어 지역 주민 마이클 스키아본은 큰 굉음과 함께 집이 흔들리는 것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그는 작은 지진이 난 줄 알았고, 집 보안카메라를 확인한 후에는 미사일이 떨어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큰 폭발이 있어서 잠깐 우리가 공격받고 있는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사고는 지난 29일 워싱턴 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 근처에서 여객기와 군용 블랙호크 헬리콥터가 충돌한 후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로널드 레이건 공항의 여객기와 헬기 충돌·추락 사고가 15년 만에 발생한 미국 항공사의 대형 참사라고 짚었다.

지난 2009년 미국 뉴욕주 버펄로 인근 주택가에 컨티넨탈항공의 소형 여객기가 추락해 49명이 사망한 것이 이번 사고 이전에 발생한 마지막 미국 항공사 소속 여객기 추락 사고였다.

아울러 지난 2001년 11월 12일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이륙 직후 인근 주택가로 추락해 265명이 사망한 이래 인명피해가 가장 많은 항공기 사고이기도 하다.

미국의 항공 안전 기관은 오랜 시간 글로벌 표준으로 여겨졌고, 미 연방항공청(FAA)이 수립한 안전 절차는 다른 글로벌 항공 기관에서도 도입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아울러 미 정부 항공 안전 기관 직원이 다른 국가에서 발생한 사고 조사에 전문 기술 지식을 제공할 때도 많았다.

그러나 2018년과 2019년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보잉 737 맥스8 여객기가 잇달아 추락하자 중국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항공 규제당국이 운항 중단에 나섰고, 이는 항공기의 안전 인증에 있어 FAA의 위상이 약화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그간 아슬아슬하게 공항 활주로에서 항공기들이 충돌할 뻔한 적이 많았던 점이 지적됐다.

WSJ은 이밖에도 너무 오랜 기간 미국의 항공 여행이 안전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안일함이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전 FAA 자문위원인 켄 퀸은 "미국과 여행객들은 상업 항공 역사상 가장 안전한 시기를 누렸지만, 이번 비극은 조금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냉혹하게 알려준다"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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