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도체 영업익 15조(작년 총액) 그친 삼성, 5세대 HBM 공급 늘릴 듯

2025-02-01 (토) 12:00:00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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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영업이익, SK의 64% 수준
▶ R&D 비용 늘며 4분기 영업익 2.9조

▶ HBM 매출은 전분기의 1.9배 늘어
▶ ‘생산량 2배’ 목표로 공정 전환 속도

삼성전자가 2024년 반도체 사업에서 111조1,000억 원어치를 팔아 영업이익 15조1,000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이 분야에서 사상 첫 연매출 100조 원을 넘겼지만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 23조4,673억 원의 64% 수준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의 비중이 두 회사의 실적을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경쟁이 치열해질 범용 D램 매출 비중을 한 자릿수 수준까지 낮추면서 첨단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액 300조9,000억 원, 영업이익 32조7,000억 원을 냈다고 31일 공시했다. 4분기(10~12월) 매출액은 75조8,000억 원, 영업이익은 6조5,000억 원을 냈다.

박순철 삼성전자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경영 상황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고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별로 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4분기 매출액이 30조1,000억 원, 영업이익이 2조9,000억 원을 냈다. 8일 충격적인 4분기 잠정 실적 발표 후 증권가가 예측한 영업이익 3조 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데 회사는 HBM 매출이 직전인 3분기(7~9월)보다 1.9배 늘고 첨단 공정 시설 투자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반도체 기업의 실적을 가늠하는 고부가 메모리 생산량이 4분기에 늘었고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는 의미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HBM3E(5세대) 매출이 HBM3(4세대) 매출을 넘어섰다”며 “일부 고객사에는 개선 제품을 1분기(1~3월) 말부터 공급할 예정”이라며 “가시적 공급 증가는 2분기(4~6월)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설계인 시스템LSI는 모바일 수요 약세와 연구개발(R&D)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회사는 밝혔다. 엑시노스 신작이 스마트폰 갤럭시 S25 시리즈에 쓰이지 못해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은 파운드리 사업도 가동률이 줄고 R&D 비용은 늘어 영업이익이 줄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공급량을 지난해보다 두 배 늘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최근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등의 여파로 1분기에는 일시적으로 HBM 판매에서 제약이 있을 것으로 봤다. 중국의 물량 공세로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범용 반도체 ‘더블 데이트 레이트(DDR)4’, ‘저전력(LP)DDR4’는 2024년 30% 초반 수준이던 매출 비중을 올해 한 자릿수 수준까지 줄일 계획이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거대언어모델(LLM) ‘딥시크 R1’의 영향에 대해서 삼성전자 측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업계 동향을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기술 도입에 따른 업계의 변화 가능성이 항상 있고 현재의 제한된 정보로는 판단하기 이르다”며 “시장의 장기적 기회 요인과 단기적 위험 요인이 공존하는 만큼 급변하는 시장에 적기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사업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 4분기 매출은 40조5,000억 원, 영업이익은 2조3,000억 원이었다. 플래그십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 등으로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 3분기보다 실적이 줄었다. 전장(電裝·자동차 전자장치) 사업을 담당하는 하만의 4분기 매출은 3조9,000억 원, 영업이익은 4,000억 원을 기록했고 디스플레이 사업을 담당하는 SDC 부문의 4분기 매출은 8조1,000억 원, 영업이익 9,000억 원이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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