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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유배(流配)와 폭거(暴擧)

2025-01-29 (수) 07:39:55 오해영/뉴욕평통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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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지은 사람이 가는 곳은 감옥만이 아니다. 도리어 황야에 풀어놓기도 했다. 중국의 유배나 고대 그리스의 오스트라시즘이 바로 그런 제도였다. 이것은 요즘으로 말하면 양심범(良心犯)에게 주로 내려지는 형벌이었다. 물론 목을 베는 참형같은 모진 형벌도 있었지만 정상에 따른 인도적 참작도 있었다.

우리나라 고려시대의 유배는 세 등급으로 나뉘어서 왕도(王都)를 기점으로 거리에 따라 등급이 달랐다. 1등급은 3천리. 2등급은 2천5백리. 3등급은 2천리. 그러나 리수(里數)를 야박하게 따진 것은 아니고 대충 멀고 가까운 정도의 차이였다. 개성을 중심으로 3천리면 가장 먼 곳이였다.

유배는 비록 형벌이긴 하지만 유배지에서 오히려 창조적인 열정으로 스스로 이겨낸 사람들도 많다. 다산(茶山) 정약용은 전남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18년동안 무려 5백권의 저술을 남겨 놓았다.


다산 정약용의 한시 고의(古意)의 싯구 일부를 펼쳐보면 “물은 쉬지 않고 흐르고 삼각산은 끝이 없이 높은데 강산이 바뀌고 변해도 당파짓은 무리 깨부술 날이 없으니 간사한 무리 없어질 날이 없네 한사람이 중상모략하면 여러 입들이 너도 나도 전파하여 간사한 말들이 기승을 부리니 정직한 자는 어디에 발붙일 것인가. 봉황은 원래 깃털이 약해 가시를 이겨낼 재간이 없기에 불어오는 한 가닥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서울을 떠나고 싶네.”

옛 성인의 훌륭한 말씀에 향원(鄕原)은 덕(德)의 적(賊)이라고 했다. 현대 사회에 경종의 답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 사유가 증거인멸이다. 이게 법이다.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야당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600자 분량으로 정당의 현직 대표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점 감안해서 구속을 기각했다.

현직 대통령과 야당 대표 누가 더 비판의 대상이 클 수 있나. 이게 현재 쇠락한 법조계의 편견이다.
조선왕조 1895년 양반과 왕족의 실형은 벌금형이었다. 직위에 따라 형벌을 차별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을 꼭 구속기소 해야하나.

야당대표는 검찰에서 수년간 수사후 징역 3년구형을 법원에서 하루아침에 무죄로 법정 구속 없이 풀어주는 것이 이게 법이란다.
법원은 전도몽상(顚倒夢想)의 전도(顚倒)인가. 이것은 분명 진영 논리의 역행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법이 무너지면 초강대국 로마도 망했고 몽골제국도 사라졌다. 내부 모순으로 나라는 좌우 종횡(從橫)으로 갈라지면서 이념의 혼란으로 지금 한국은 좌익 세력이 각 분야에서 치열한 사상적 조직적 공세를 전개하고 있다.

이 나라의 좌익은 때로는 민주주의 세력으로 때로는 민족주의 세력과 양심세력으로 위장하면서 사회 각 분야에 침투하여 자기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죄익은 이미 대학과와 노동계를 장악했으며 문화,예술, 언론, 출판, 종교, 교육계 등 한국사회의 모든 분야에 빠짐없이 침투하여 반공의식을 약화시키고 반미 감정을 북돋우면서 그들의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기국비국(其國非國)’은 날로 날로 더 깊이 썩어가는 빈 집같은 이 나라는 세월의 격차가 4세기를 지났어도 지금 조선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

그 원인과 실태는 재야세력들의 입법독주와 탄핵으로 정부가 마비되고 사법체계가 무너젔으며 법조계의 극단적 괴리로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폭거(暴擧)다. 야권은 당 지지도 떨어지자 철옹성 일극체제에 미세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감옥에 간 대통령 지지율이 급 상승하고 공정과 정의로 무장한 20대와 30대가 깨어나고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권력이 무너지면 썰물처럼 흩어지는 신의(信義)와 의리(義理) 충절(忠節)의 배신에는 유배(流配) 1등급 3천리가 다가오고 있다.

<오해영/뉴욕평통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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