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中 연구팀 “알츠하이머병 우려되는 사람 건강한 수면 습관 실천 중요”
잠잘 때 꿈 단계에 들어가는 데 오래 걸리는 급속 안구 운동(REM) 수면 지연 증상이 알츠하이머병 초기 징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웨 렁 교수와 중국 베이징대 단타오 펑 교수팀은 29일 알츠하이머병 협회 저널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and Dementia)에서 꿈 단계 수면에 들어가는 데 오래 걸리면 기억 통합 능력이 저하되고 감정 조절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최근 수면의 질과 양이 알츠하이머병(AD) 및 관련 치매(ADRD) 발병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밝혀졌다며 하지만 수면 구조, 특히 REM 수면과 알츠하이머병 관계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REM 수면은 점점 더 깊은 수면 단계로 들어가는 3단계의 비렘수면(non-REM sleep)에 이어서 진행된다. 4단계 수면에 들어가는 데는 연령에 따라 90분 이상이 소요되고 보통 하룻밤에 4~5회 정도 반복될 수 있으며, 고령자는 REM 수면에 도달하는 데 더 오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렁 교수는 REM 수면 동안 뇌는 기억, 특히 감정적 기억을 처리해 장기 저장에 기록한다며 "REM 수면이 지연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증가, 기억 통합에 중요한 뇌 해마(hippocampus)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 64명과 경도인지장애 41명, 정상 인지기능 23명 등 128명(평균연령 70.8세)을 대상으로 수면 검사, 베타 아밀로이드(Aβ) 측정,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 등을 통해 수면 구조와 알츠하이머병 관계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REM 수면에 빨리 접어드는 그룹은 잠든 지 98분 이내에 REM 수면에 도달했지만, REM 수면 지연 그룹은 잠든 지 193분 이상 지난 후 REM 수면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REM 수면이 지연될 가능성이 더 컸으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두 가지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수치도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REM 수면 지연 그룹은 REM 수면에 빨리 도달한 그룹보다 베타 아밀로이드가 16%, 타우 단백질이 29% 더 많았고,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감소하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NDF) 단백질도 39%나 적었다.
렁 교수는 REM 수면 지연이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증상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향후 연구에서 수면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약물의 효과를 연구할 예정이며, 이런 약물로 질병 진행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멜라토닌이 REM 수면을 촉진할 수 있다며 생쥐 실험에서 멜라토닌이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축적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베이징대 펑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걱정되는 사람은 REM 수면에 빨리 도달할 수 있는 건강한 수면 습관을 실천해야 한다"며 "수면 무호흡증 같은 질환을 치료하고 과음을 피하는 것도 건강한 수면 주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