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간 살았던 LA 에서 있은 최악의 산불로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는 동포들에게 마음 속 깊이 위로를 드린다. 거기 사는 동안 함께 겪어냈던 1992년의 LA 폭동, 그리고 그 2년 뒤 LA 대지진이 떠오른다. 그때 우리 모두가 손잡고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용맹스럽게 극복하고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LA 산불은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소방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과 낡은 전력망 등이 원인 중의 하나라고 하지만 그 보다는 기후재앙이 근본 요인으로 지목된다. 원래 여름에는 비 한 방울 없이 지내다 가을부터 우기로 접어드는 캘리포니아 날씨인데 올해는 어느 해보다 극심한 가뭄으로 산속의 수풀이 건조해진데다 강한 돌풍으로 산불이 순식간에 도심까지 번졌다고 한다.
건조하기로는 뉴저지도 예외가 아니다. 산길로 운전해 다닐 때면 의례 한 두 번 씩 만나던 사슴이 지난 가을이후 자취를 감췄다. 심한 가뭄에 풀이 메말라버려 초식동물인 사슴들이 건재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다른 곳으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본시 겨울에는 사슴들이 털갈이를 하는데다 움직이면 체력이 소모된다며 한 곳에 머무르고 있어 외출을 삼가긴 했었다
오늘도 또 눈은 내리는데 ‘저 눈밭에 사슴이-’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가 않는다. 사슴이 안 보이는 겨울에 나도 그들이 털갈이 하듯 몸과 마음을 정비하는 기간으로 삼기로 했다. 몸의 내부는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아직은 쓸 만 하다는 진찰을 받았으나 신체의 외곽 점검이 필요해 허리, 등, 다리의 근육과 뼈, 신경을 검사하고 더러는 테라피를 받으며 낙상을 예방하는 일에 몰두했다.
점검하고 예방한다고 해서 노쇠한 몸이 ‘청춘을 돌려다오’에 화답할 리야 없겠으나 시골에서 20리길 통학으로 걷기에는 자신 있다고 해왔던 터라 행여 ‘원숭이의 낙마’에 빠질까 두려워 서다. 신체의 점검과 함께 농한기를 이용해 지난여름에 시작한 붓글씨에 시간을 쓴다. 아무리 갈고 닦아도 부족하게 살아온 인생길- 남은 세월 어떻게 사는 것이 욕되지 않은 일인지 두려울 뿐이다.
1월 한 달은 대통령들의 시간이었다. 평생을 인류의 평화와 인권을 위해 헌신한 지미 카터 대통령과의 작별에 이어, 많은 실정이 있었으나 그래도 합법적으로 무대를 내려온 조 바이든 대통령, 불안과 기대 속에 47대 대통령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또 한 사람- 내란 수괴 혐의로 출석 통지서를 받고서도 43일이나 버티다 체포, 구속된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있었다.
이제 한국 국민들이 할 일은 내란 혐의자들에 대한 죄과는 헌재와 법원에 맡기고 하루속히 혼란과 폭력을 종식시키며 법치질서를 회복해 가는 일이다. 이런 가운데 존경받아야 할 한국의 노인층들이 지금의 사회 갈등과 분열의 중심에 서있어 그들의 손자 손녀 세대로부터 혐오의 대상이 돼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서울의 한 대표적인 보수신문은 ‘혐로(嫌老)사회 노년에도 책임 있다’는 칼럼에서 ‘요즘 노인을 혐오하는 풍조가 늘어나고 있는데 여기에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가 일조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 글은 철학자 키케로의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노인의 권위는 명예롭게 보낸 지난 세월의 마지막 결실이다.’- 나이가 벼슬이 아닌 것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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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평화운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