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출생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 시행중지

2025-01-24 (금) 12:00:00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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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방 법원 가처분 판결

▶ 트럼프 반이민정책 제동
▶ 담당판사“명백히 위헌”

‘출생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 시행중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서명한 행정명령을 들어보이는 모습.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명한 대표적 반이민 정책의 하나인 ‘출생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에 대해 연방 법원이 급제동을 걸고 나섰다.

23일 CNN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시애틀 연방법원의 존 코에너 판사는 워싱턴·애리조나·일리노이·오리건주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제기한 긴급 소송에서 이 행정명령의 효력을 14일간 중지한다고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은 모친이 불법체류자이거나 방문, 학생, 취업 등 비자 소유자일 경우 부친이 미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니라면 이들 사이에 태어난 아기에게는 여권과 출생증명서 등을 발급하지 못하도록 막는 내용으로, 연방 수정헌법이 보장하는 ‘출생 시민권(Birth Citizenship)’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기준을 적어도 부모 중 한 명은 미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정식 시행될 경우 불체자 가정 뿐 아니라 미국내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유학생이나 취업비자 소지자, 주재원 등 이민사회 전반에 큰 타격이 불가피한 행정명령이다.

이에 대해 코에너 판사는 해당 행정명령이 “명백히 위헌적”(blatantly unconstitutional)이라고 지적하며, 트럼프 행정부 측 법무부 변호사들에게 “어떻게 변호사들이 이 명령을 합헌이라고 주장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행정명령이 준비되는 동안 법률가들은 어디에 있었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자신이 40년 넘게 판사직을 수행해오는 동안 이렇게 명백히 위헌적인 사례가 또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에너 판사는 공화당 소속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연방판사다. 코에너 판사의 이번 결정은 행정명령 시행을 당장 막아달라는 원고 측의 요청을 일부 받아들여 긴급 차단 가처분 명령을 내린 것으로, 이후 추가로 행정명령 시행을 막을지 여부는 오는 2월5일 심리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이 소송은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 전역의 24개 주 및 지방정부와 전국의 여러 이민자 권리 단체가 제기한 같은 내용의 소송 총 5건 중 처음으로 재판이 열린 것으로, 이번에 결정은 전국적인 효력을 미친다.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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