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가주 신년 음악회 지휘 ‘마에스트로’ 금난새
▶ “한인들이 많은 LA에서 공연은 늘 훈훈한 느낌”
▶ ‘애국가’ 앙코르 연주서 청중들 기립박수로 화답
▶ “클래식을 가까이…2026년·2027년에도 LA콘서트”
금난새 지휘자는 늘 창의력 넘치는 아이디어와 재치있는 해설로 클래식 음악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청중과 함께 호흡하는 무대를 선사한다. [금난새 뮤직센터 제공]
“음악은 소통이죠. 음악회에 간다는 건 좋은 사람을 만나고 행복한 공간에 빠져드는 거예요. 보이지 않는‘상상력’을 나눠 주는 게 저의 역할입니다”
청중에게 다가가는 지휘자 금난새의 철학은 객석이 꽉 차는, 음악으로 행복한 연주회다. 신년초 서울대 동창회 주관으로 UC 어바인 바클레이 극장에서 열렸던 신년음악회에서 금난새 지휘자는 특유의 경쾌한 연주와 유머 넘치는 해설로 기쁨과 감동을 선사했다. 1994년 예술의 전당에서‘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를 시작한 뒤 6년 간‘전회 전석 매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이룬 그의 관록이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 일찌감치 755석이 매진된 5일 UC어바인 공연에서 기립 박수를 보내는 청중들에게 선사한‘애국가’ 앙코르 연주는 그의 음악적 통찰을 담은 벅찬 선물이었다.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자 성남시 예술총감독 겸 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부산 금난새 뮤직 센터(GMC)를 개관, 음악의 사회적 역할을 체현하는 금난새 지휘자와 지난 20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2년 째 ‘평화를 위한 기도’ 신년음악회를 연 소감은
▲ 2017년 서울예고 교장으로 재직시 LA 명문 음악학교인 콜번 스쿨과 공동 웍샵을 진행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지난 2023년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평화음악회를 열었을 때 내가 이끄는 성남시향 40명과 LA연주자 20명이 협연했다. 당시 음악회를 기획한 김종섭 삼익악기 회장이 UC 어바인 대학의 이사가 되면서 ‘LA에서 친화적이고 편안한 클래식 음악회의 호응이 크니 신년음악회로 이어가자’고 제안했다. 음악회 한번으로는 부족하다 싶어 지난해 CES가 열렸던 라스베가스에서 클럽하우스 콘서트를 열었다. 미국인 관객들과 CES 참관 온 한국 정치인과 대학 총장들이 참석을 했다. 그걸 보고 올해는 유신일 회장이 자신의 팜스프링 PGA 웨스트에서 클럽하우스 음악회를 제안했다.
-연주와 지휘를 뛰어넘는 삶의 통찰을 느꼈다는 등 반응이 열렬한데▲LA 연주는 늘 훈훈한 느낌을 받는다. 지휘만 하는 게 아니라 청중과 소통하는 음악을 중시해온 입장에서 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줬을 뿐이다. 클래식 음악은 근엄함도 필요하지만 청중의 입장보다는 연주자의 입장이 더 그렇다.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클래식 청중이 K-팝 공연에 비하면 적은게 사실이다. 클래식은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했을 때 6년 동안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매년 9회 청소년 음악회를 열었다. 당시 티켓이 전석 매진되면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중 많은 이들이 현재는 어른이 되어서 아이들과 함께 연주를 보고 인사를 걸어오는 모습을 볼때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공연이 끝나고 곧바로 귀국해 한국 일정을 이어가셨는데 그 열정의 근원은▲지난 금요일(17일) 성남시립교향악단 신년음악회를, 18일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를 끝냈다.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1,000석, 부산 F1963 석천홀 500석 모두 매진되었다. 조금 자랑같지만 지난해 성남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 8회, 특별연주회 4회도 전석 매진이었다. 첫 벤처 오케스트라인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경우 정부에서 일원의 지원도 받지 않는데 대부분 항상 매진 행렬이다. 그만큼 관객들이 좋아한다는 의미다. 15년 넘게 연간 100회 이상의 연주를 해왔다. 청중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갈 준비가 되어 있다.
-미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과 협연이 어땠나▲장기적인 안목으로 신년 음악회를 준비했는데 첫 해 연습 과정이 조금 힘들었다. 그래서 2회 연주회는 미주 음악가들을 미리 알아봤다. 미국에서 10년 이상 활약하며 앙상블을 이끄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유은을 만나 ‘코리아 LA 챔버 오케스트라’를 구성했다. 프로페셔널한 연주자로서 가능하면 연습을 적게 하고도 좋은 연주를 하는 게 내 목표인데 올해 신년음악회때 청중들에게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매우 훌륭했다는 호응을 얻어 기뻤다.
-민간 오케스트라 운용이 힘들지 않나▲한국에서 25년 넘게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데 시나 정부 지원 없는 민간 베이스로 운용되고 있다. 초반에는 삼성전자나 CJ 같은 기업이 후원해주어 가능했지만 기업에도 이익이 되도록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었다. “중요한 건 나의 청중이 아니라 우리 나라가 문화를 통해 삶의 행복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열악한 지방 문화 개선에도 관심을 보이는데▲2021년 4월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F1963에 금난새 뮤직 센터(GMC)가 개관했다. 부산에서 일곱살까지 자라 부산의 느낌을 안다. 한 마디로 ‘롯데 야구도 좋지만 음악도 좀 들으이소’라는 취지다. 이곳은 실내악 공연에 최적화된 120석 규모의 아담한 홀이며 3년 반 동안 약 170회 이상의 연주를 했다. 하나 덧붙여 오는 7월1일 성남 분당에 청소년 음악 센터도 오픈할 예정이다.
-미주 한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LA는 한인들이 많아 뿌듯함이 느껴지는 도시이다. 이번 연주회를 하면서 문화적으로 LA가 발전하는데 한국, 한인이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LA는 한인사회의 위상이 높고 재능 있는 음악가들이 포진해 있다. K-타운의 번성, K-푸드의 대중화가 중요하지만 LA 한인사회와 나 자신, 음악가들이 힘을 합해 K-컬처 확장을 실현시키고 싶다. 2026년과 2027년에도 LA에서 신년음악회 지휘 제안을 받았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한인이 중심인 K-컬처가 LA를 점령하는 미래,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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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