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정사 첫 직접 출석… “송구…자유민주주의 신념 하나로 살았다” 말문 열어
▶ 국회 활동 방해·선거 부정 등 쟁점에 발언…문 소장대행 주요 질문에 답변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한국시간)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은 21일(이하 한국시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탄핵소추 사유들을 부인했다. 당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계엄 포고령은 집행 의사나 실행할 계획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헌재의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직접 출석해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질문에 답변을 내놓았다.
문 대행은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윤 대통령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문 대행은 또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이걸 준 적도 없고 나중에 이런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며 "기사 내용도 부정확하고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장관은 그때 구속되어 있어서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보면 내용 자체가 서로 모순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답했다.
검찰은 앞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작년 12월 3일 오후 10시 40분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라는 취지의 문건(쪽지)을 건넸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최 대행은 지난달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비상계엄 국무회의에서 받았다는 쪽지의 내용을 묻자 "내용은 자세히 보지 못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준 것은 아니고, 그 자리에서 실무자가 저에게 준 참고자료"라고 답한 바 있다.
문 대행이 윤 대통령을 직접 신문하려 하자 윤 대통령 측 차기환 변호사가 "예정돼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윤 대통령이 "재판장께서 하시는 것이면…"이라며 답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의 배경으로 대리인단이 주장해온 '부정선거론'에 관해서는 "계엄을 선포하기 이전에 여러 가지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드는 게 많이 있었다"며 "2023년 10월 국정원이 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장비의 극히 일부를 점검한 결과 문제가 많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정 선거 자체를 색출하라는 게 아니라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스크리닝(점검)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지시한 것)"고 했던 것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자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계엄군을 투입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는 "(국회 의결이) 막거나 연기한다고 막아지는 일이 아니다"라며 "(국회가) 국회법에 딱 맞지 않는 신속한 결의를 했다. 그렇지만 저는 그걸 보고 바로 군을 철수시켰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께 변론이 시작된 후 재판장인 문 권한대행의 출석 확인과 재판진행 안내가 끝나자 "양해해주시면…"이라며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문 대행이 허가하자 윤 대통령은 "제가 오늘 처음 출석해서 간단하게만 말씀드리겠다"며 앉은 상태로 재판관들을 바라보며 발언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여러 헌법 소송으로 업무가 과중한데 제 탄핵 사건으로 고생을 하시게 돼서 재판관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저는 철들고 난 이후로 지금까지 특히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라며 "헌법재판소도 헌법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만큼 우리 재판관들께서 여러모로 잘 살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필요한 상황이 되거나 질문이 계시면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며 발언을 마쳤다.
문 대행은 "말씀 잘 들었다"며 다음 절차를 진행했다.
<연합뉴스>